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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돌보는 보건센터 요원, 폭언ㆍ협박ㆍ성희롱에 무방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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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돌보는 보건센터 요원, 폭언ㆍ협박ㆍ성희롱에 무방비 노출

입력
2018.05.15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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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內 ADHDㆍ알코올 중독자 등

1인당 많게는 100명이나 관리

직원 대다수 위력에 취약한 여성

77% “업무 중 신변의 위협 느껴”

낮은 보수ㆍ불안정한 고용도 문제

“2인1조 출동 의무 등 대책 필요”

박구원 기자
박구원 기자

8년 차 정신보건간호사 A씨는 만성 두통과 불안으로 최근 들어 잠을 설치는 일이 잦다. 서울 한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상담 중 A씨를 때린 성격장애 여성이 오히려 자신이 맞았다고 경찰에 고소해서다. 치료 상담부터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던 집 청소, 사회 적응까지 최선을 다해 도왔던 상담자가 얼마 전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부터는 죄책감까지 그를 괴롭힌다. 각종 폭언과 위협, 3번의 유산 위험에도 정신건강을 책임진다는 자긍심 하나로 버텨온 A씨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다.

이처럼 중증정신질환, 알코올중독,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부터 청소년, 노숙인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민 전체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정신건강증진센터 직원들은 정작 폭언과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된 고용 보장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과 함께 생긴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정신보건간호사나 정신보건사회복지사 등의 전문요원이 근무하며, 관내 정신질환인 관리와 정신질환 예방, 관련 조사 및 연구를 담당한다. 2년 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로 경찰에 위험대상자 신고가 들어오면 함께 출동할 정도로 업무가 방대하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25개 자치구 센터마다 12명 안팎이 근무하고 있다. 1명당 많게는 100명을 관리하는 실정이다. 다른 업무도 많지만 관리대상자 숫자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평가 방식 탓에 숫자를 대놓고 줄일 수도 없다.

위험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요원의 대다수(서울의 경우 82.5%)가 여성이라 대상자의 위력에 취약하다. 대상자 가정 방문 시 2인1조 출동을 권고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과 평가 방식 때문에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전문요원의 64%가 업무 시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고, 76.7%는 업무 수행 중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고 답할 정도(2012년 조사)다. 상담 도중 폭언과 성희롱은 예사로 겪는다. 상담 종결을 안내하면 자살 등으로 협박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고용형태가 각각 달라 불합리한 상황 개선을 요구할 창구도 마땅치 않다. 현재 센터는 민간위탁과 직영운영 두 방식으로 나뉘는데, 직영운영도 기간제와 시간선택제, 임기제로 고용형태가 다양하다. 최근 서울 구로구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최초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이루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민간위탁의 경우 3년에 한번씩 위탁기관이 바뀌면 고용승계의 불안도 함께 닥친다.

과다한 업무, 낮은 보수, 불안정한 고용 삼중고로 인해 전문요원의 76.2%가 이직이나 퇴사 의사가 있다고 밝히는 상황이다. 실제로 60세 정년을 채우고 퇴사한 사람은 이제껏 10명이 되지 않는다. 주상현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장은 “관련 사업은 20년이나 됐는데 제대로 된 표준매뉴얼 하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2인1조 출동 의무, 센터 내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의 내용을 포함한 관련 조례를 지정하는 한편 직접고용으로 안정적인 업무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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