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명식 기자

등록 : 2017.11.10 08:30
수정 : 2017.11.10 11:21

“100억 돈 방석에도 세금 탕감”… 조세 형평성 논란 거세

등록 : 2017.11.10 08:30
수정 : 2017.11.10 11:21

헌인마을 살았던 주민들 조차

“한센병 전염력 소실된 지 오래

수백억 감면ㆍ면제 말이 되나”

개발 붐 타고…주민들 갈라져

“부동산 거래신고 말아달라던

업체 농간에 당했다” 하소연도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공동 땅에 대해 ‘법률적 지식이나 상식이 부족한 점을 고려, 양도소득세를 면제했다’는 지난 3월 서초세무서의 공문.

세무당국이 서울 서초구 노른자위 땅을 판 토지주들에게 법률적 상식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양도소득세 등 수백억 원의 세금을 탕감한 사실(본보 8일자 10면 등)이 알려지면서 과세 형평성 논란이 거세다.

누리꾼들은 ‘단체소송’을 거론할 밝힐 만큼 격앙된 반응이다.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에서 30여 년 거주했던 A씨는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동네는 전염력이 전혀 없는 음성 나환자들이 가구산업 등으로 생활을 영위했던 곳”라며 “국가에서 3.3㎡당 5만원 수준에 불하 받은 땅을 개발업체에 팔아 많게는 100억 원대 돈방석에 앉은 이들이 무지하다는 것은 자신 조차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2003년쯤부터 개발업자가 추진한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V) 회사에 개인소유 토지를 매각한 한센인 2세다. 그의 가족도 15억원 넘는 땅값을 받았지만, 세금 감면에는 의구심이 크다고 했다. A씨는 헌인마을 주민 공동토지 매각대금(386억원) 집행 내역 등에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세금 감면ㆍ면제 등을 위해 수십억 원대 로비가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옛 토지주들이 양도소득세 등을 감면 받기 위해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를 통해 20억원가량을 썼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 사본.

시공사 부도, 10년째 지지부진

남은 이들만 환경 열악 ‘고통’

헌인마을에 50여 년째 살고 있는 B씨 역시 “양도소득세 문제를 놓고 갈등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B씨는 “개발 붐을 타고 동네에 눈먼 돈이 굴러들어오면서 선량한 주민들이 갈라지고 뿔뿔이 흩어졌다”며 “공동 땅 매각대금 중 남은 돈이 거의 없는 등 무엇 하나 정상적인 일이 없었다”고 했다. B씨는 PFV에 땅을 넘기지 않고 환지를 받기를 원했던 조합원이다. 하지만 시공사 등의 부도로 10여 년째 개발이 올 스톱, 빈집 터들 사이에서 열악한 생활하고 있다.

헌인마을 주민이라는 C씨는 전날 본보에 직접 전화를 걸어 “당시 PFV 관계자들이 땅을 판 우리를 조합원으로 남겨두기 위해 거래사실을 신고하지 말라고 했다”며 “관청도 토지신탁 방식의 양도사실을 알고도 사실상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자신들을 이용한 개발업자 등의 농간에 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멋모르는 주민들만 뒤늦게 힘들게 됐다. 다시 과세가 되면 어쩌나 막막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주민들 개인소유 토지 매각과 관련, 양도소득세를 물리면서도 신고불성실 등 그에 따른 가산세는 감면하겠다는 서초세무서의 결정결의서.

누리꾼들 “적폐 바로잡아야”

세무 전문가들도 납득 안돼

“조세심판원 재조사 이후에

되레 세금 많이 부과하기도”

누리꾼들은 수사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아이디 ‘tbjk****’를 사용하는 누리꾼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도 세금 폭탄을 맞은 분이 생각난다”고 했고, ‘dodo****’는 “이것이 적폐다”라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skyc****’도 “주민세 6,000원을 깜박 잊고 납부기일 하루 늦었더니 가산금을 120원이나 부과하던데, 뭐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느냐”며 “각종 가산금 납부하신 분들 국가를 상대로 단체소송 접수하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무당국은 2006년쯤 헌인마을 땅 10만여㎡를 3.3㎡당 700만,800만원에 PFV에 판 토지주 등에게 2015년과 지난해 양도소득세 등 최소 500억,600억대 세금을 감면 또는 면제해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매각 사실을 뒤늦게 안 국세청은 신고ㆍ납부불성실 등의 가산세까지 매기려 했다가 조세심판원의 재조사 결정 뒤 입장을 바꿨다. “토지주들이 법률적 지식이나 상식이 부족해 정상적인 납세의무 이행이 어려웠음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조세심판원 재조사 결정 이후 되레 세액이 늘어나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어 그 배경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세무공무원 출신 한 세무사는 “조세심판원 재조사 결정은 말 그대로 다시 살펴보라는 취지이지 깎아주라는 종국적 판결이 아니다”며 “왜 이런 조치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난센스”라고 말했다.

과세처분청인 서초세무서 측은 “과거 한센인 거주지였던 고양 식사지구 개발사례 등을 감안, 국세기본법(18조3항)의 비과세 관행에 가까운 근거로 조치를 한 것”이라며 “납세자 개인정보라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병록 법무법인 정곡 변호사는 “국세행정의 관행은 불특정한 일반납세자에게도 정당한 것으로 이의 없이 받아들여질 때 성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인마을 주민이었던 A씨는 “고양 식사지구 지인 등에게 물어보면 세금을 다 냈다고 하더라”며 “누구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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