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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류에 ‘미국 세관’ 단어 빠졌다고… 美 황당한 관세 덤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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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류에 ‘미국 세관’ 단어 빠졌다고… 美 황당한 관세 덤터기

입력
2018.04.13 17: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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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견 철강업체 넥스틸社

유정용 강관에 75% 반덤핑관세

단어 누락 트집, 해명 전체 불인정

‘불리한 가용정보’ AFA 적용

美 정부 악용 사례 점점 늘어나

“개별기업은 한계… 정부가 나서야”

미국 상무부가 12일 공개한 한국산 유정용강관 반덤핑관세 연례재심 최종판정 결과 중 넥스틸 관련 부분. 상무부는 넥스틸의 번역오류(짙은 음영 부분)를 관세 부과의 주요 근거로 언급했다. 넥스틸 제공
미국 상무부가 12일 공개한 한국산 유정용강관 반덤핑관세 연례재심 최종판정 결과 중 넥스틸 관련 부분. 상무부는 넥스틸의 번역오류(짙은 음영 부분)를 관세 부과의 주요 근거로 언급했다. 넥스틸 제공

미국 상무부가 국내 중견 철강업체 넥스틸이 수출하는 유정용 강관에 작년 예비판정 때보다 30%포인트나 높아진 7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넥스틸로선 최근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철강관세 25% 일률부과를 면제받은 효과가 무색해진 셈이다. 상무부는 넥스틸이 중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관세를 대폭 높였는데, 넥스틸은 “서류번역 과정에 단순한 단어 누락을 트집 잡아 전체 해명까지 무효화시키는 횡포에 당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13일 넥스틸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한국산 유정용 강관(2015~2016년 수출분)에 대한 반덤핑 관세 연례 재심 최종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상무부는 대상 업체 중 넥스틸에 작년 10월 예비판정 때(46.37%)보다 29.44%포인트 높아진 75.8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반면 세아제강 및 기타 업체에는 작년보다 소폭 낮아진 6.75%를 부과했다.

상무부는 특히 넥스틸이 제출한 모든 해명자료를 인정하지 않는 ‘토털(total) 불리한 가용정보(AFA)’를 적용했다. AFA를 일부에만 적용했던 작년 예비판정 때보다 한층 강도를 높인 것이다. AFA란 기업이 자료 제출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상무부가 임의로 고율 관세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그간 우리 정부와 철강업계는 상무부의 AFA 남용을 지적해왔다.

넥스틸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넥스틸은 특히 토털 AFA 결정의 1차 근거가 된 ‘번역오류’ 지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상무부는 결정문에서 “넥스틸이 2016년 재무제표 감사보고서에서 특정항목에 대한 정확한 번역을 제공하지 않아 조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애초 넥스틸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요구한 미국 철강업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상무부는 어떤 번역을 문제 삼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넥스틸 측은 “조사 진행 과정을 감안하면 2016년 감사보고서상 지급보증 내역 중 ‘미국 세관 관세 담보’ 항목의 번역을 문제 삼은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넥스틸이 애초 이 단어를 미 상무부에 보내는 영문 번역서류에 ‘관세 담보(tariff mortgage)’로 기재했는데, 미국 측은 ‘미국 세관(US Customs)’이 누락됐다는 점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 1월 상무부가 이를 질의해 와 2월 초 자세한 해명과 고의가 없었음을 충분히 설명했는데, 상무부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어 하나가 수천 장 분량의 나머지 해명 모두를 무효화할 만큼 중요한 문제인지 되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 정부의 AFA를 악용한 횡포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은 “예전엔 자료제출 기한이나 문서오류 수정 등은 문제 삼지 않았는데, 요즘은 아주 사소한 실수까지 모두 AFA 적용 근거로 악용하고 있다”며 “심지어 해당 기업 관계사들의 기밀까지 자료로 제출하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도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넥스틸은 정부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개별 기업으로선 미국 정부의 횡포에 맞서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미 상무부가 문제 삼은 번역 단어까지는 밝히지 않아 공식적으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이번 넥스틸의 피해 사례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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