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법정시한(2일) 내 처리가 무산됐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여야 모두 식물국회를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또 정부의 내년도 예산 집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2일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수차례 협상을 이어갔지만, 공무원 증원 규모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운영시한, 법인세 인상 등을 두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다만 핵심쟁점 중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인상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 증원 규모뿐 아니라 최저임금 문제에 있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지킬 수 없게 돼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도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 보전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거 같아 도저히 합의가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며 “법정시한 내 예산안이 통과 안 된 데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여야가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를 무산시키면서 비난 여론도 쇄도하고 있다. 과거 예산안 처리 때마다 동물국회로 불릴 만큼 극심한 몸싸움을 벌였던 국회가 이를 막고자 예산안 자동부의제도 등 소위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놓고 3년 만에 스스로 이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야 모두 이 같은 상황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입장만을 고집한 채 이를 방치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애초부터 여야 모두 올해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가 무산될 것을 상정하고 협상에 들어간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네 탓 공방만 이어갔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일 “정부여당은 그동안 협상에서 진전된 협상안을 수용했다”며 야당을 압박했고,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한국당은 예산안의 시한 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무차별적 퍼주기 예산을 저지하고 나라 곳간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책임을 여당에 전가했다.
여야는 4일 오전 10시 30분 원내지도부 협상을 재개한 뒤, 이날 예정된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 처리를 시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가 정치적으로 극적인 타결을 이뤄내지 못하는 이상 이날 처리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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