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 기자

등록 : 2017.01.06 04:40
수정 : 2017.01.06 04:40

‘완전체’ 알파고… 이젠 약점도 없다

등록 : 2017.01.06 04:40
수정 : 2017.01.06 04:40

커제ㆍ박정환 9단 등 고수들과

인터넷 바둑 대국서 60전 60승

포석 등 허점 보완 더 강해져

불리한 판 없고 대부분 불계승

제2, 3 알파고와 겨루며 진화

올해 커제와 정식 대국 펼칠 듯

지난해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4대1 승리를 거뒀을 때도 세계 최정상 바둑 기사인 중국 커제 9단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는 알파고가 ‘세기의 대국’ 승리를 확정 지은 다음 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었지만 나는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커제 9단도 알파고에 무릎을 꿇었다. 최근 알파고와 세 차례의 비공식 온라인 대국에서 모두 패한 것. 커제 9단은 알파고에 2승을 내준 지난달 31일 SNS를 통해 완패를 시인하며 “알파고는 인간이 수 천 년 동안 갈고 닦아온 바둑 경기 방식이 틀렸다고 말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제부터 컴퓨터와 결합해 바둑의 새 경지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상급 바둑 기사인 이 9단을 제압하며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알파고가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연말연시 커제 9단을 비롯해 우리나라 박정환 9단(세계랭킹 3위), 일본 이야마 유타 9단(5위) 등을 잇따라 제패한 정체불명의 바둑 소프트웨어가 알파고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바둑계는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최고 바둑 기사들과의 연습 대국을 마친 알파고는 연내 또 한번의 ‘세기의 대국’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인터넷 바둑 사이트 '타이젬’과 ‘폭스고’에서 60번의 대국을 펼쳐 모두 승리한 정체 불명의 고수 ‘마스터’는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스터의 전적이 ‘20승 0패’로 표시돼 있다. 한큐바둑 제공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최근 알파고의 비공식 시험 대국을 완료했다”며 “연내 정식 대국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파고는 지난달 29~31일 인터넷 바둑 사이트 ‘타이젬’과 ‘폭스고’에서 ‘마스터’와 ‘마기스테르’라는 이름으로 총 60번의 대국을 펼쳐 모두 승리했다. 당시만 해도 마스터와 마기스테르가 같은 인물인지, 알파고가 맞는지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날 하사비스 CEO는 이 아이디들의 주인공이 알파고가 맞다고 공식 확인했다.

돌아온 알파고는 이 9단과의 대국 때보다 훨씬 강했다. 60국 모두 알파고는 초반부터 가볍게 우위를 점했고 대국이 끝날 때까지 역전을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대부분 상대는 170수 정도에서 불계패를 선언했다. 통상 사람 간 대국이 250~300수에서 끝나는 것을 감안하면 알파고의 실력이 얼마나 더 월등해졌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시험 대국에 참여해 돌을 던지고 패한 김지석 9단은 “알파고가 둔 수의 95%는 프로기사들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수”라면서도 “돌을 놓기 전에 사람은 10가지를 생각하는데 알파고는 100가지 이상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목진석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은 “간혹 초반 포석 등에서 보였던 허점이 없어지고 더 완벽해졌다”며 “다만 아직도 끝내기 과정에서는 조금 손해를 보는 수를 두는데 어차피 승패와 무관한 수”라고 분석했다.

이 9단에게는 1승을 허락했던 알파고가 그 동안 어떤 방식으로 실력을 갈고 닦았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알파고는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정책망’과 해당 위치에 돌을 놓았을 때 이길 확률을 계산하는 ‘가치망’을 함께 작동시켜 최적의 수를 찾는다. 이 9단과의 대국 전까지는 프로 바둑기사들의 대국 기보 3,000만건을 학습해 바둑을 배웠다.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그 동안 제2, 제3의 알파고와 겨루는 방식으로 실력과 예측 정확도를 향상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알파고가 이미 지난해 3월 인간 고수를 능가한 만큼 더 이상 사람의 기보를 학습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알파고끼리 대국으로 기보를 자체 생산한 다음 이를 학습한 알파고와 다시 겨루며 진화했을 공산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알파고의 약점은 경우의 수가 많아지면 일종의 과부하가 걸려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라며 “헤아릴 필요가 있는 경우의 수만 걸러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기사 수준의 실력을 갖춘 AI 바둑 프로그램으로는 중국 싱텐과 일본의 딥젠고, 우리나라의 돌바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알파고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사비스 CEO는 이번 알파고의 시험 대국 결과와 활약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가 예고한 연내 정식 대국의 상대는 커제 9단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성환희 기자 hhung@ 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19대 대선

전국지자체평가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