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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별을 만든 전설의 한 마디 “넌 박혜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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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별을 만든 전설의 한 마디 “넌 박혜진이야!”

입력
2017.03.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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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 주역 박혜진(오른쪽)과 전주원 코치가 24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체육관에서 진행한 본보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 주역 박혜진(오른쪽)과 전주원 코치가 24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체육관에서 진행한 본보와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 주역 박혜진(27ㆍ178㎝)은 2012년 4월 위성우(46) 신임 감독과 함께 신한은행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전주원(45) 코치를 처음 만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평소 우러러 볼 수밖에 없던 분이 우리 팀 코치님으로 온다는 것이 신기했죠.”

한국 여자농구가 배출한 ‘천재 가드’ 전 코치와 만남 자체가 신기하면서도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같은 (포지션)가드 출신으로 여자농구에 큰 획을 그은 코치님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 같아 큰 기대를 했었는데 마냥 좋은 기대는 아니었어요. 왜냐면 배우는 동안 힘들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 과정도 힘에 부쳤어요. 하지만 다른 팀 선수였다면 이렇게 배움을 받을 수 없었을 테니까 행복하게 받아들였죠.”

전 코치를 만난 박혜진은 기대주에서 한국 여자 농구를 책임질 에이스로 성장했다. 과거 네 시즌 동안 젖어있던 만년 하위 팀의 패배 의식을 말끔히 걷어내고 2012~13시즌부터 5시즌 연속 통합 우승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2013~14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2014~15 정규리그, 챔프전 MVP, 2015~16 챔프전 MVP, 2016~17 정규리그, 챔프전 MVP 영예를 안았다.

전 코치는 24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체육관에서 진행한 후배 박혜진과 동반 인터뷰에서 “현역 은퇴 전까지 혜진이와 같이 뛴 건 세 시즌 밖에 안 되지만 밖에서 볼 때 삼천포여고 시절부터 잘했던 선수였고, 신체조건도 좋아 발전 가능성이 있었다”며 “하지만 팀 성적이 안 좋아 심리적 부담감도 있고, 소심한 면도 없지 않아 생각만큼 잠재력이 빨리 터지지 않았다”고 돌이켜봤다. 그래서 내린 ‘처방’은 기술적인 조언보다 심적인 부분을 더욱 강조했다. “농구할 때 소심하면 안 돼. 나이가 어리다고 코트에서 언니들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넌 박혜진이야. 자신감을 갖고 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어.”

전주원 코치와 박혜진.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전주원 코치와 박혜진.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박혜진은 이기는 맛에 익숙해지면서 농구에 눈을 떴다. 슈팅가드 자리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포인트가드로 포지션을 바꿔 데뷔 후 첫 어시스트왕(평균 5.11개)을 차지했다. 전 코치는 “올해 수확은 1번(포인트가드)으로서 혜진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농구 공부가 재미 있다는 박혜진은 만족을 몰랐다. 그는 “스피드로 상대 수비를 제치는 것이 가장 자신 있는데 나보다 빠르거나 비슷한 스피드의 선수를 만나면 고전한다”면서 “몸을 부딪치면서 하는 기술을 키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전 코치 또한 “신체를 맞닥뜨리는 스포츠인 만큼 몸을 이용하는 농구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치와 선수로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전 코치는 “혜진이가 국내에서는 다들 ‘최고’라고 하는데 국가대표팀에 가서 세계 농구의 두터운 벽과 부딪히면서 더 큰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프로 1세대였던 우리도 세계선수권에서 ‘우리는 무슨 농구를 했나’라는 자괴감에 빠질 때도 많았다. 이제 혜진이를 비롯해 다음 세대가 한국 농구를 짊어질 차례”라고 당부했다. 박혜진은 “코치님을 만나서 지금 위치에 왔다”며 “계속 코치님과 함께 우승컵을 쓸어 담고 싶다”고 전 코치에게 기댔다. 이에 전 코치는 “누가 보면 내가 어디라도 가는지 알겠다”고 하자 박혜진은 “그러니까 어디 가시지 말라고 이 말을 하는 거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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