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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투성이’ 식용개 농장… 강아지들 구조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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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투성이’ 식용개 농장… 강아지들 구조도 못했다

입력
2016.07.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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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한 식용개 농장에서 오물을 뒤집어 쓴 강아지들이 철장 속 잔반 옆에 앉아 있다. 정부 관계자와 동물단체는 이들을 구조하려고 했지만 농장주의 반발로 구조하지 못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부산 기장군 한 식용개 농장에서 오물을 뒤집어 쓴 강아지들이 철장 속 잔반 옆에 앉아 있다. 정부 관계자와 동물단체는 이들을 구조하려고 했지만 농장주의 반발로 구조하지 못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초복을 앞둔 지난 13일 부산 기장군의 한 식용개 농장. 흰 어미개와 오물을 뒤집어 쓴 강아지들이 철장 안에서 꼬리를 치고 있었다. 흰색 강아지들은 검정 오물로 범벅이 된 채 제대로 끓이지도 않은 잔반이라도 먹어보려 애를 썼다.

정부가 이른바 ‘강아지 공장’ 전수조사에 착수한 후 시·군 관계자와 동물보호단체가 방문한 농장에서 적발된 현장이다. 이 농장은 사료관리법, 가축분뇨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군과 동물보호단체는 19일 150마리 가운데 소형견 20여마리에 대한 구조작업에 들어갔으나 농장주의 반발로 14마리만 우선 구조해 내는 데 그쳤다. 심인섭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20일 “농장주가 개들 구조에 협조하고 법을 위반한 시설들을 단계적으로 처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구조작업에 들어가니 반발도 있었다”며 “구조한 개들의 거처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식용개 농장은 국내에 4,5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실제 개농장이 얼마나 있는지는 아직까지 한번도 제대로 조사된 적이 없다. 위의 농장도 이번 전수조사가 없었다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계속 개를 식용으로 길러 도축장에 팔아 넘겼을 것이다. 개농장과 관련해 축산물위생관리법과 동물보호법 등 적용할 수 있는 법이 있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항목들이 있고, 또 이를 핑계로 정부도 제대로 단속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식용개는 허용하지만 도축 근거는 없어

개고기는 합법일까 불법일까. 여기서부터 법의 허점이 발생한다.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것은 합법이지만 도축하는 것부터는 불법이다. 축산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가축의 도살은 허가 받은 작업장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법에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허가 받은 작업장은 있을 수가 없다.

농장 주인이 시설을 만들어 도축을 하는 건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작업장이 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무허가 도축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위생관리와 품질향상을 목표로 한 축산물 위생 관리법의 목적에 반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국화 변호사는 “개가 축산물 위생관리법 규율대상이 아니므로 아무런 규제나 제한 없이 도축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개를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도축할 수 없다고 법을 해석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부산 기장군 한 식용개 농장의 어미개가 사람들이 다가가자 반기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부산 기장군 한 식용개 농장의 어미개가 사람들이 다가가자 반기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전기봉 도살도 학대… 현장 포착해야

식용으로 기른 대부분의 개들은 전기봉을 이용해 도살한다. 목줄을 이용하거나 도구로 머리를 타격하기도 한다.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최근 발간한 ‘개식용 종식을 위한 법규 안내집’에 따르면 개의 안락사 방법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되는 방법은 약물 주사에 의한 것뿐이다. 그 외의 방법은 연구조차 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모든 개 도살은 잔인한 방법의 도살로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명보영 광주 주주동물병원 원장은 이전 기고에서 “안락사 약물이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약물을 이용하는 방법은 먹거리에선 금지되어 있다”며 “결국 개를 인도적으로 안락사하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동물보호법에는 목을 매달거나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적용하려면 현장을 포착해야 한다. 하지만 개 농장의 도축을 감시하고 이를 적발해서 처벌하기는커녕 개 농장의 수 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위생 관리 받지 않고 유통되는 개고기

식품위생법에는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위해 식품과 병든 동물 고기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축산물은 적법한 과정을 거쳐 검사를 받은 식육만을 유통하게 한다. 하지만 식용개의 경우 위생관리 기준이 전무한 무허가 도살장에서 도살되어 생산된 고기이기 때문에 도축과 유통 과정에서 유해물질 등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카라의 설명이다. 또 열악한 환경에 놓인 식용개들은 병들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대한 위생 관리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 변호사는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라, 검사를 받지 않았으므로 유통되어서는 안 된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외에 60㎡ 이상 개 농장은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처리시설 설치 후 추가 정기점검이나 시정이 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상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된 경상북도의 경우 처리시설 설치신고 대상농가 가운데 23.4%는 신고를 하지 않았고, 또 분뇨 가운데 11.8%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복날을 맞아 서울시내와 공항 리무진 버스에 개고기 식용 반대캠페인을 알리는 광고를 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는 복날을 맞아 서울시내와 공항 리무진 버스에 개고기 식용 반대캠페인을 알리는 광고를 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개 식용을 합법화하면 위의 문제들이 해결될까. 개 식용을 합법화 하기 위해선 개를 반려동물이 아닌 가축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하지만 개는 이미 가축보다는 반려동물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국화 변호사는 “개를 가축에 포함시켜 식용으로 대량 사육하는 것은 동물복지를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며 “정부는 개고기 문제를 회피하고 방치할 게 아니라 현행법으로도 가능한 불법 사례들을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충분한 운동이 필요하고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개의 특성상 대량 사육과 인도적 도축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는 “개 식용을 합법화하려면 개의 사육과 도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미 개고기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 비난을 감수하며 합법화를 위해 세금을 들여 연구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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