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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한다” 던 트럼프 골프장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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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한다” 던 트럼프 골프장 가고 있었다

입력
2017.11.23 17:4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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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꽉 찬 추수감사절” 발표

트럼프 1시간 후 골프장行 포착

美 언론 “평균 5.1일마다” 작심 비판

21일 백악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라라고 리조트로 추수감사절 휴가를 떠나기 직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1일 백악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라라고 리조트로 추수감사절 휴가를 떠나기 직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번 주에 대통령은 전화 통화를 몇 차례 하겠지만, 그 외엔 많은 일을 하진 않을 것이다. 대통령 일정은 ‘로우 키(low-keyㆍ절제된)’다.”

22일(현지시간) 오전 7시50분쯤 린지 월터스 미국 백악관 부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일정에 대해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전날 본인 소유의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라라고 리조트’로 향한 트럼프 대통령이 5박 6일 휴가 동안 업무보다는 휴식에 집중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10분도 되지 않아 백악관은 “기자들에겐 ‘로우-키’의 날이지만, 대통령에겐 ‘로우 키’인 날이 없다. 회의와 통화로 ‘꽉 찬 스케줄(full schedule)’이다”라면서 ‘정정’을 요청했다. 이로부터 다시 1시간가량이 지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어딘가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목적지는 10분 후쯤 드러났다. 웨스트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에 도착한 그의 모습이 현지 기자들에게 포착된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한 우스꽝스런 풍경이다.

휴가 때마다 ‘일하는(working) 휴가’임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골프를 즐기는 데 몰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리부동한 행태가 추수감사절 연휴에 들어간 미국의 언론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질타 당했다. 공식 일정표에도 없는 일상적인 전화 통화나 회의(meeting)들을 내세워서 ‘쉬지 않고 항상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행태가 간간이 비난 받은 적은 있지만 이날은 WP뿐 아니라 USA투데이,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들이 합심한 듯 일제히 공격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쳤던 날, 트위터에선 ‘일하고 있다’고 강변한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취임 1개월째인 2월 18일 그는 트위터에 “남쪽의 백악관(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이번 주말 많은 회의를 한다. 멜버른 연설. 그에 대해 많은 토의가 있을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여기서 언급된 ‘멜버른 연설’이란 자신의 지지자들이 모인 대규모 집회에 불과했다. 그가 당일 골프를 친 것은 물론이다.

압권은 8월 본인 소유인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장에서 보낸 2주간의 휴가였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 전 잡힌 백악관 공사가 진행 중이라 베드민스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건 휴가가 아니다. 회의와 전화!”(8월 6일), “백악관 내부 수리 기간 뉴저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더 많은 회의를 해야 해서 다음주에 뉴욕으로 간다”(8월 7일) 등 ‘폭풍 트윗’을 날렸다. 샬러츠빌 폭력 사태(8월 12일) 이튿날에도 “회의와 기자회견을 위해 베드민스터에 있다”고 썼다. 하지만 그가 8월 중 골프를 친 날은 최소 9차례나 된다.

‘꽉 찬 스케줄’ 언급 1시간 만에 ‘골프장행’이 들통난 이날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트위터에서 “플로리다 ‘겨울 백악관’(마라라고)에서 회의하고 전화하고 일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총 60차례, 평균 5.1일에 한 번 꼴로 골프를 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하며 “이게 바로 대선기간 중 ‘당선되면 골프를 칠 여유가 없을 것’이라 했던 대통령의 실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연휴를 포함, 취임 이후 10개월 동안 총 45회의 주말 중 무려 34차례나 개인별장 격인 트럼프 리조트나 골프장, 클럽 등에서 보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버지니아주 스털링(15회)와 베드민스터(10회), 마라라고 리조트(8회) 등 골프장이었다. 신문은 “잦은 외유에 드는 비용은 산정조차 어렵다”며 “가족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경호인력의 인건비는 비밀경호국에도 상당한 부담을 줬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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