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정대 기자

등록 : 2017.12.07 17:39
수정 : 2017.12.07 21:23

석탄 난방 금지에 中 민심 ‘꽁꽁’

“파리기후협정 수호자 되려 자충수”

등록 : 2017.12.07 17:39
수정 : 2017.12.07 21:23

당국, 불만 급증하자 결국 일보후퇴

“당분간 가스 대신 석탄 사용 재허용”

지난 6일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 취양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 중국청년보

“‘파리기후협정 수호자’를 자처하며 목표 달성에만 몰두한 중국 정부의 자충수.” 중국의 대표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에 최근 게재돼 널리 인용된 글이다.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시 취양(曲陽)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난방이 안 되는 교실 대신 운동장에서 햇볕을 쬐며 공부하고 있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자국 정부를 비판한 이 글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당국에 의해 삭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기후협정 탈퇴 후, 중국이 지구촌 환경 리더 자리를 대신 차지하면서 벌어진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비꼬는 글이 중국 정부의 아픈 곳을 찌른 탓이다.

중국 중ㆍ북부지역 곳곳에서 ‘난방대란’이 이어지면서 환경 개선을 위해 무리하게 석탄 사용을 금지하는 정부에 대한 민심이 나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심각한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석탄 사용 난방을 금지하고 천연가스 난방을 전면 추진하기로 했지만, 가스배관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고 가스 공급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밀어붙이다 보니 엄청난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가 2013년 수립한 미세먼지 농도 감축을 위한 실행계획대로라면 연말까지 석탄 난방은 모두 천연가스ㆍ전기 등 청정에너지 난방으로 대체돼야 한다. 그러나 동북3성과 산시(山西)ㆍ산시(陝西)성은 물론 대도시인 베이징(北京)ㆍ톈진(天津)에서도 상당수 현급 지역에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해당 계획에 대한 수정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고, 해당 지방정부들도 계획 시한에 맞춰 석탄 난방을 금지하는 데에만 몰두해 왔다. 중앙ㆍ지방정부 할 것 없이 당장의 대기오염 수치 개선만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러는 사이 지금껏 석탄 난방에 의존해온 농촌 주민들과 대도시 서민들은 엄동설한에 떨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농민공 밀집지역 화재 후 주민들을 강제퇴거시키고 있는 베이징시정부의 조치와 맞물리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은 갈수록 확산됐다.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조차 “난방시설 교체 지연이 난방 수요와 겹치면서 서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허커빈(賀克斌) 칭화(淸華)대 환경학원 원장은 “가스 전환 정책은 원래 석탄지역에만 계획된 것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경전문가는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으로 글로벌 기후변화 이슈의 주도권을 거머쥐려는 욕심 때문에 중국 정부가 천연가스의 수요ㆍ공급이나 난방시설 교체 실적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오염수치를 낮추는 데에만 골몰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결국 당국도 결국 일보후퇴를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 보도했다. 통신은 중국 환경보호부가 아직 난방시설 교체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지역의 경우, 당분간 천연가스 대신 석탄도 난방연료로 쓸 수 있도록 한 공문을 이날 내려보냈다고 전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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