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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경 기자

등록 : 2017.10.24 14:34
수정 : 2017.10.24 18:50

허영호 “경비행기로 세계 일주... 도전은 계속됩니다”

도전인생 2막 나서

등록 : 2017.10.24 14:34
수정 : 2017.10.24 18:50

7대륙 최고봉 모두 오른 건

도전에서 인생가치 느껴서

비행기 조종 실력도 수준급

더 나이 먹기 전 지금이 적기

요즘 젊은이들 열정 안 보여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돼

산악인 허영호 대장은 24일 본사에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반 30주년 인터뷰를 갖고 "도전하는 것만큼 인생에서 가치 있는 일은 드물다"며 "삶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기록제조기, 탐험가, 꿈지기, 기관차’

남들과는 다른 길만 고집했다. 환갑을 훌쩍 넘겼지만 쉬어 갈 생각은 없다. 언제나 ‘최고’와 ‘최초’만을 꿈꿨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별명들도 이런 이유에서 붙여졌다. 50년 넘게 산과 함께 동고동락해 온 산악인 허영호(63) 대장 얘기다. 허 대장은 24일 에베레스트(8,848m) 등반 30주년 인터뷰에서 자신의 산악 인생 이야기를 ‘도전’에서부터 풀어갔다.

“도전하는 것만큼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지 못했어요. 아직까지 제가 극한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이유입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인생 나침반을 소개한 허 대장은 지난 5월 국내 산악계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1987년 처음으로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른 이후 30년 만에 6번째 등정에 성공, 에베레스트 국내 최다 등정 횟수와 최고령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허 대장의 행보는 말 그대로 독보적이다.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남극점 원정(1993년)과 북극해 횡단(1995년) 등의 3극지는 물론 아시아 ‘에베레스트’, 남아메리카 ‘아콩카과’(6,959mㆍ1992년), 북아메리카 ‘매킨리’(6,195mㆍ1996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ㆍ1992년), 유럽 ‘엘부르즈’(5,642mㆍ1995년), 오세아니아 ‘칼스텐츠’(4,884mㆍ1994년), 남극 ‘빈슨 매시프’(4,897mㆍ1995년)를 포함한 7대륙 최고봉에 모두 올랐다. 이 역시 세계 최초다. 이 기간 사망 등을 포함해 단 한 명의 등반대원 이탈도 없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만한 기록이다.

산악인 허영호 대장은 24일 본사에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반 30주년 인터뷰를 갖고 "도전하는 것만큼 인생에서 가치 있는 일은 드물다"며 "삶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허 대장은 끝없이 도전에 집착하는 이유를 ‘한계’와 ‘가능성’에서 찾았다. “아무래도 육체적으로는 힘들죠. 그래도 ‘아직은 뭔가 할 수 있다’는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허 대장은 정상 도전에 나서는 배경을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특히 그는 이런 측면에서 젊은 세대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서 열정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취업 문제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일단 한번 맞붙어보자’는 식의 패기가 약합니다. 도전 자체를 하지 않는 데,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 결과를 미리 예단하고 시도조차 꺼려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직무유기란 게 허 대장의 충고였다.

그림 3 산악인 허영호 대장이 지난 2007년5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 1인 등정에 성공, 정상에서 태극기를 펼쳐 보이며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허영호 제공

허 대장 역시 현재 상황이 녹록한 건 아니라고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와 경기 불황 등으로 당장 산악계에게도 후원이 급감하면서다. 예컨대 등반대원 1명당 에베레스트 경비는 약 5,000만원 가량 필요하지만 비용 마련이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허 대장은 “경기 침체 영향도 있겠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산악계 후원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산악계에도 한파가 몰아치면서 등반 계획 자체를 세우는 게 쉽지 않지만 도전을 멈출 순 없다”고 말했다.

산악인 허영호 대장이 경기 여주군 금사면 이포비행장에서 경비행기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허영호 제공

연장선상일까. 허 대장은 요즘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세운 ‘경비행기 세계일주’ 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악인으로서 한 획을 그은 허 대장이지만 신체적인 조건을 감안할 때 더 늦춰선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허 대장의 경비행기 조종 실력은 이미 수준급이다. 지난 2000년부터 취미로 경비행기 조종을 시작한 그는 2011년4월 독도와 마라도까지 10시간에 걸친 1,800㎞ 단독비행에도 성공했다. 앞선 2007년 1월 비행 도중 전남 완도군 해상에서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겪었던 불시착 사고를 딛고 얻어낸 것이어서 더 값졌다. 허 대장은 당시 인근을 지나던 가스운반선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만 건졌다.

“불시착 사고에 좌절했다면 단독비행을 완수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도 실패에 무릎까지 꿇진 않았습니다.” 허 대장은 국내 경비행기 단독 비행의 성공 원인을 실패의 축적으로 대신 설명했다.

‘인생 2막’에 들어선 허 대장은 매일 등산으로 체력 단련에 나서는 한편 틈만 나면 경비행기 조종 훈련장인 경기 여주군 금사면 이포 비행장으로 향한다고 했다. 결승점을 향해 비행 중인 허 대장은 젊은이들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안주하면 도태됩니다. 살아 숨 쉬는 동안엔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됩니다. 삶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내는 거니까요.” 허 대장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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