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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트럼프 노벨상 자격 논란

입력
2018.05.02 17:5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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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결정은 논란을 불렀다. 임기 1년도 안 된 시점에 업적이 아닌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했다는 이유만으로 상을 줬기 때문이다. 그는 임기 내내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를 표방하며 북핵 문제를 방치해 실망을 안겼다. 세계 평화에 기여한 인물과 단체에 주는 노벨 평화상 수상 자격의 최우선 순위는 북핵 문제 해결이다. 지난해 반핵운동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도 북핵 문제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 남북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올해 노벨 평화상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이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압박과 협상을 통한 양면 전략으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로는 크다. 그도 수상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최근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노벨, 노벨”을 연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생큐”라고 했다. 북미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유력해진 것도 노벨상에 대한 열망과 무관치 않다. 판문점이 갖는 평화와 화해의 상징성을 부각시켜 ‘빅 이벤트’로 만들려는 의도다.

▦ 영국의 유명 베팅사이트는 노벨 평화상 수상 확률 1위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꼽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2위에 올렸다.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참가와 김여정 등 북한 특사단의 올림픽 개회식 참석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보는 모양이다. 한반도 유화 국면 조성에 남북 정상의 역할이 더 컸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우린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공을 돌렸다. 김정은의 경우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을 때 김정일은 제외된 점을 들어 공동 수상자로만 거론된다.

▦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되자 벌써 자격 논란이 뜨겁다. 그의 측근과 지지자들은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반대 진영은 “노벨 평화상의 역설”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인종차별적인데다 테러리스트 고문을 지지하고, 전쟁 위협 발언을 쏟아내는 그에게 노벨 평화상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운 명나라 만력제에 비유해 ‘트력제’라고 불릴 만큼 요즘 국내에서 호감을 얻고 있다. 그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면 홧김에 애써 일군 한반도 평화에 어깃장을 놓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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