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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ㆍ북 훈풍이 지핀 ‘장덕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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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ㆍ북 훈풍이 지핀 ‘장덕 열풍’

입력
2018.04.17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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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측 요청으로 최진희가 불러

김정은 위원장이 “고맙다” 인사

공연이후 음원사용 100여배 폭증

곡 모르는 20대 관심이 가장 높아

작곡가 장덕 히트곡 앨범 제작

일생을 다룬 책도 출간 예정

장덕(1961~1990)은 다재다능했다. 중학생 때 노래 ‘소녀와 가로등’을 작곡했고, 안양예고 재학시절엔 청춘 영화 10여 편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렸다. 솔로곡 ‘님 떠난 후’로 1987년 KBS 음악프로그램 ‘가요톱10’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장덕 팬클럽 ‘장덕 우리와 함께’ 제공.
장덕(1961~1990)은 다재다능했다. 중학생 때 노래 ‘소녀와 가로등’을 작곡했고, 안양예고 재학시절엔 청춘 영화 10여 편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렸다. 솔로곡 ‘님 떠난 후’로 1987년 KBS 음악프로그램 ‘가요톱10’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장덕 팬클럽 ‘장덕 우리와 함께’ 제공.

평양 만찬에서도 울려 퍼진 ‘뒤늦은 후회’

“사랑도 떠나갔어요~”. 지난 3일 북한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 김옥주 등 북한 가수 3,4명이 만찬에서 우리 노래 ‘뒤늦은 후회’(1985)를 부르며 방북 예술단과 정을 나눴다. 가수 최진희가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봄이 온다’)’에서 남매 듀오 현이와 덕이의 이 노래를 부른 것에 대한 답가였다.

‘뒤늦은 후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봄이 온다’ 공연 직후 최진희와 악수를 하며 “그 노래 불러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뒤늦은 후회’는 30대 중반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 세대의 노래는 아니다. ‘뒤늦은 후회’가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1942~2011)의 애창곡이었다는 얘기가 일각에서 나온다. ‘뒤늦은 후회’는 현이와 덕이가 불러 인기를 얻은 ‘너 나 좋아해 나 너 좋아해’나 ‘꼬마인형’과 달리 대중적으로 알려진 노래는 아니다. 최진희도 “평양 공연 전엔 몰랐다”고 했던 ‘뒤늦은 후회’를 북측에서 콕 짚어 공연을 부탁했다는 건 북한에서 1980년대 우리 노래를 꽤 깊숙이 찾아 듣고 있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최진희는 16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평양 공연에서 ‘뒤늦은 후회’를 따라 부르는 관객도 있었다”고 했다. 현이와 덕이의 장덕(1961~1990)이 작곡한 ‘뒤늦은 후회’는 구슬픈 곡조와 최진희의 애절한 목소리가 묘한 궁합을 이뤘다. 최진희는 “처음엔 (선곡이) 탐탁지 않았는데 노래를 불러보니 내 노래 같더라”며 웃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강준구 기자

‘뒤늦은 후회’ 음원 사용량 123배 폭증… 20대 1위

북측이 이례적으로 선곡한 ‘뒤늦은 후회’는 국내에서도 화제다. 본보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에 의뢰해 2일부터 8일까지 ‘뒤늦은 후회’ 음원 사용자 수(스트리밍ㆍ다운로드 합산)를 조사한 결과 전주보다 약 123배(1만2,296% 증가)가 폭증했다. 평소 ‘뒤늦은 후회’를 찾아 듣는 사람이 1주일간 10명이었다면 ‘봄이 온다’ 후 이 곡을 들은 이가 1,230여 명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세대별로는 20대(31%)의 관심이 가장 높았다. 멜론 측은 “곡을 잘 모르는 20대가 가장 많이 움직인 덕”이라고 분석했다.

남ㆍ북에서 분 ‘뒤늦은 후회’ 바람으로 국내에선 장덕 재조명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음반사 비트볼뮤직은 장덕의 히트곡 ‘님 떠난 후’ 등을 모은 ‘러브 메이크스 미 론리’를 7월 LP로, 8월 CD로 각각 낸다. 가요 재발견 캠페인 일환이다. 이봉수 비트볼뮤직 대표는 “장덕은 당시 주류 음악 시장에서 활동한 보기 드문 여성 싱어송라이터였다”며 “지금 들어도 유행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은 좋은 곡이 많아 앨범 제작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장덕 팬클럽인 ‘장덕 우리와 함께’는 장덕의 일생을 담은 책도 8월 출간한다. 21일에는 장덕의 유해가 뿌려진 강원 춘천시 남이섬에서 추모식도 열린다. 21일은 장덕의 생일이다.

“장덕이 하늘에서 좋아할 것”

장덕은 1977년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빵모자를 쓴 앳된 열일 곱 소녀가 제1회 서울가요제에서 가수 진미령이 부른 ‘소녀와 가로등’ 작곡자로 무대에 올라 악단을 지휘하던 모습은 파격이었다. 장덕은 이 곡으로 작사ㆍ작곡상을 거머쥐었고 단숨에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삽입된 ‘예정된 시간을 위해’ 같은 솔로곡 뿐 아니라 이은하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등 다른 가수들에서 써 준 곡이 히트해 빛을 보기도 했다. 최규성 음악평론가는 “장덕은 연기 활동을 하며 청춘 스타 이미지가 강해 음악적으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자기 색이 분명한 창작자였다”며 “(2015년 문을 연)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서 애초 장덕 전시 부스를 따로 꾸리려다 자료가 너무 없어 아쉽게 무산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다녀온 최진희는 ‘뒤늦은 후회’를 다시 불러 최근 녹음을 마쳤다. 최진희의 ‘뒤늦은 후회’는 이르면 이번 주 음원사이트에 공개된다. 최진희는 1980년대 활동할 때 네 살 어린 장덕과 친분이 두터웠다. 최진희는 “덕이가 아기 같은 목소리로 ‘언니 언니’ 하고 따랐다”며 “미용실과 의상실도 같은 곳에 다녔다”고 했다. 최진희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장덕의 마지막 길까지 함께 했다. 장덕의 음악이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8년 만에 남ㆍ북에서 울려 퍼지며 반향을 낳고 있는 것에 대해 최진희는 “하늘에서 (장)덕이가 좋아할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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