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환생한 히틀러를 만난 요즘 독일인들의 속내는

알림

환생한 히틀러를 만난 요즘 독일인들의 속내는

입력
2015.10.23 16:30
0 0
독일의 다큐 영화 ‘누가 돌와왔는지 봐라’에서 21세기에 환생한 히틀러. 마데이비드 우넨트 감독은 "히틀러를 통해 대중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게 만들려 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다큐 영화 ‘누가 돌와왔는지 봐라’에서 21세기에 환생한 히틀러. 마데이비드 우넨트 감독은 "히틀러를 통해 대중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반추할 수 있게 만들려 했다”고 밝혔다.

아돌프 히틀러가 환생해 2015년의 독일로 돌아온다면 독일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20세기 세계사에서 최악의 악당이자 전후 독일이 철저히 반성하고 비판해온 인물이지만, 그를 본 대다수의 독일인은 70년 만에 재등장한 독재자를 반가워하며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밀고 셀카를 찍었다. 10월 초부터 독일에서 상영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의 한 장면이다.

영화 ‘누가 돌아왔는지 봐라(Look Who’s Back)’는 히틀러가 현대 독일에 부활했다는 설정을 빌려 난민에 대해 배타적 태도를 보이는 일부 독일인들을 우회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2012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같은 제목으로 티무르 베르메스가 쓴 책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 독일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가 난민 유입이 급증한 독일의 최근 현실과 겹치면서 영화가 “‘히틀러가 현대에 다시 돌아와도 집권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는 풍자의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화에는 히틀러로 분장한 배우와 사전 각본 없이 인터뷰에 응하는 독일의 보통 사람들이 등장한다. 초반부는 히틀러가 21세기에 갑자기 나타나 70년간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히틀러라는 인물에게 무게를 뒀던 초반과는 달리 후반부에는 히틀러의 질문에 대답하는 현 독일의 일반 중산층들이 등장하는데, 히틀러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우리들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고 있다.

영화를 만든 데이비드 우넨트 감독은 “히틀러가 그려진 티셔츠를 팔아도 사람들이 살 정도”라며 “히틀러에게 반감을 표한 사람은 300분 동안의 촬영 중 두 명뿐이었다”고 말했다. 히틀러를 보고 다가와 화를 냈던 한 남성은 “70년이 지났지만, 누군가가 히틀러를 모방하고 대중에게 다가갔을 때 그를 용인하는 독일의 분위기는 잘못됐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많은 사람이 이민자나 민주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히틀러에게 스스럼없이 설파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근원은 어디냐는 히틀러의 질문에 곧바로 ‘외국인’을 꼽은 여성이나,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독일인의 평균 지능지수를 낮춘다는 남성의 답변, 또는 “우리는 아직 과거의 오명이 있어서 ‘차별’에 관한 발언은 일절 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속내를 감추려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감독은 “이런 극단적인 의견들은 사회 주변부가 아닌 독일 사회 주류들 이야기이자, 나치주의자들이 아닌 일반 중산층의 생각”이라며 “관객들이 반성하고 얻을 바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독일에는 난민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난민혐오 감정도 고조되고 있다. 22일 독일 밤베르크에서는 경찰이 난민 수용소 2곳에 테러를 계획하던 용의자를 검거하고, 불법 폭죽과 소형 화기, 총, 칼 등 무기를 압수했고 AP가 보도했다. 20, 30대 남녀 13명의 용의자들은 우익단체와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난민을 목표로 한 범죄는 모두 576건으로,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늘었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베를린에서 “난민수용소에 대한 공격은 독일의 관용적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외국인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 비판했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