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경석 기자

등록 : 2016.08.22 16:43

“한국어 공부할수록 매력적인 언어”

한폴 사전을 편잔하는 안나 파라돕스카 폴란드 바르샤바대 교수

등록 : 2016.08.22 16:43

최초로 한국어-폴란드어 사전을 편찬하는 안나 파라돕스카 교수는 17일 "한국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사전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한국어는 공부하면 할수록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사전 편찬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한국어 단어의 세밀한 뜻도 알게 됐지요. 한국어의 매력은 죽을 때까지 해도 다 알 수 없을 것 같아요.”

한국어-폴란드 사전을 만들고 있는 안나 파라돕스카(45) 폴란드 바르샤바대 한국학과 조교수(학과장)는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땐 조금 했는데 잘 안 쓰다 보니 이젠 한국말을 잘 못 한다”라고 겸손함을 유창한 한국어로 얘기했다. 17일 본보 편집국을 찾은 그는 “사전을 만들다 보면 뜻을 옮기기 어려운 단어를 자주 만나게 되지만 번역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가장 비슷한 단어를 찾기 위해 고민과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파라돕스카 교수는 동유럽 출신으로 처음 한국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바르샤바대에서 한국학 석사까지 마친 뒤 1996년 서울대로 유학, 2002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다시 폴란드로 돌아가 바르샤바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사전을 편찬 중인 그는 이달 초 내한해 22일 고국으로 돌아갔다.

한폴 사전이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파라돕스카 교수가 지난해부터 동료 교수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 한폴 사전은 방대한 분량 때문에 형용사와 동사부터 진행되고 있다. 형용사 1차 작업이 끝나, 2차 작업을 진행 중인데 6개월쯤 뒤엔 동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사전은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 형식으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출간된다. “폴란드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한폴 사전이 없어서 한영 사전을 보며 공부합니다. 그래서 사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방대한 작업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여러 품사 중에서 가장 어려운 형용사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다음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질 것 같아서요. ‘최초’라는 것 때문에 책임감이 큽니다.”

한국어와 폴란드어가 1대1 대응하지 않는 단어들은 적절한 설명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원하다’는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단어였다고 한다. 미묘한 뉘앙스를 최대한 정확하게 번역하기 위해 일곱 명의 연구진이 여섯 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 “뜨거운 물에 들어가고 나서, 뜨거운 국물을 먹고 나서 ‘시원하다’고 하는 게 무슨 뜻인지 폴란드인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저도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살다 보니까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더군요. ‘답답하다’ ‘쫄깃하다’ 같은 단어도 제대로 옮기기 어려웠어요. ‘시원하다’ ‘선선하다’ ‘서늘하다’의 미묘한 차이를 설명하기도 어렵죠. 그럴 때마다 윤희원 전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님과 바르샤바대의 최정인 교수님께 자문했습니다.”

평소 소리와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파라돕스카 교수는 한국어의 음성에 호기심을 느껴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폴란드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였다. 그러나 된소리 자음이나 ‘ㅢ’ 같은 이중모음은 오랫동안 한국어를 공부한 그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발음이다.

파라돕스카 교수는 사전을 마친 뒤 문법교재와 발음교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신입생이던 당시 바르샤바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던 학생은 단 8명뿐이었는데 지금은 100명이 훌쩍 넘습니다. 앞으로는 더 늘어날 거라고 봐요. 폴란드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한폴 사전이 꼭 필요합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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