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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고문 보고서… 美 추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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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고문 보고서… 美 추한 민낯

입력
2014.12.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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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 테러 정보 빼내려 성 고문 등 반인도적 심문 예사

부시 "조국 위한 헌신 헐뜯기" CIA 前 수장들도 "왜곡" 반발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미 중앙정보국(CIA)본부 건물 복도에 CIA 문장이 새겨져 있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는 CIA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용의자들을 심문하며 고문을 했다는 조사보고서를 9일 발표키로 해 미 정가의 충돌을 예고했다. 랭글리=AFP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미 중앙정보국(CIA)본부 건물 복도에 CIA 문장이 새겨져 있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는 CIA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용의자들을 심문하며 고문을 했다는 조사보고서를 9일 발표키로 해 미 정가의 충돌을 예고했다. 랭글리=AFP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01년 9.11테러 이후 관련 정보를 빼내려고 용의자에 대해 물고문, 잠 안 재우기 등의 고문을 자행했다는 내용의 미 상원 정보위원회 조사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는 CIA가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진을 속이며 잔혹한 성고문 및 모의 처형 등 살해 위협까지 불사하는 가혹한 심리방법을 동원했지만,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정보를 캐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9일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등 현지 언론은 이날 공개된 총 480쪽 분량의 보고서를 인용, 2000년 예멘에 정박한 미 구축함 ‘콜’호에 폭탄 공격을 가했던 알카에다 간부 압델 라힘 알 나쉬리가 전동 드릴로 위협당하고 구금자 1명 이상이 빗자루로 성고문 위협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CIA는 또 구금자 1명 이상을 모의 처형으로 협박했으며 알카에다 핵심 조직원 아부 주바이다를 5일간 잠도 재우지 않고 연속 심문하는 등 허용된 심문기법을 극단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고문 대상이 된 용의자는 100명이었다.

위원회가 작성한 6,000여쪽 분량의 최종보고서를 480쪽으로 압축한 보고서는 “가혹한 심문 방법에도 불구, CIA가 의미 있는 정보를 캐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전에 테러를 막을 수 있는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는 CIA 주장은 거짓이며, CIA가 당시 대통령을 속이고 월권 행위를 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2001년 9.11테러 당시 모습.
2001년 9.11테러 당시 모습.

한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딕 체니 전 부통령 등은 보고서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CIA 요원들은 미국을 위험에서 건진 영웅이라고 반박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보고서 공개가 예고된 7일 CNN에 출연, “미국을 위해 CIA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고 이들은 애국자들”이라며 “보고서 내용이 어떤 것이든 만약 그 보고서가 조국에 대한 그들의 헌신을 헐뜯는 것이라면 한참 잘못돼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체니 전 부통령도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CIA는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를 결코 속이지 않았으며, 그들의 심문 기법은 적법하게 허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당시 CIA의 가혹한 심문기법은 ‘제2의 9.11’을 막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은 전직 CIA 수장들도 부시 행정부 인사들과 결집해 보고서의 결론에 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CIA 국장을 지낸 조지 테넷과 마이클 헤이든, 부국장을 지낸 존 맥로린 등이 부시 행정부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맥로린 전 부국장은 “보고서가 정보를 선별적으로 이용하고 심지어 특정한 초점을 맞추려고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2009년 민주당 주도로 상원 조사위가 가동돼 600만건의 자료와 CIA가 은폐한 고문 증거들을 확인해 5년만에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2년 CIA 고문 관련자를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보고서 공개에도 불구하고 사법 처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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