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문선 기자

등록 : 2017.12.12 04:40

인간의 숨결은 어떤 모양일까… 찰나의 날숨을 담다

마이클 주 개인전 '싱글 브레스 트랜스퍼'

등록 : 2017.12.12 04:40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Single Breath Transfer'를 여는 마이클 주 작가.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우쭐대거나 분노하거나 질투하는 감정을 수치로 산출할 수 있을까. 하루 평균 2만번 내쉬는 숨은 어떤 모양으로 공기에 스며들까.

‘과학하듯 예술하는 작가’ 마이클 주(52)는 그런 게 궁금해졌다. 찾아낸 답과 답을 찾은 과정을 작품으로 만들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내놨다.

표제작 ‘싱글 브레스 트랜스퍼(Single Breath Transferㆍ일산화탄소 폐확산능 검사)’는 색색의 유리 조각 12점이다. 종이, 비닐 봉지에 불어 넣은 숨을 질소가스로 순식간에 얼린 뒤 유리로 캐스팅을 떴다. 숨결이 바람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조각으로 만든 것. 작가가 확인한 날숨의 모양은 핵폭발로 생기는 버섯 구름을 닮았다. “내쉬는 동시에 흩어지는 숨엔 형태도 시간도 없다. 보이지 않는 것, 찰나의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실크스크린 연작 ‘7 신즈(7 Sins)’도 같은 맥락이다. 성경의 7대 죄악인 교만·시기·분노·나태·탐욕·탐식·음욕을 각각 범할 때 작가가 발산한 에너지를 0.001초 단위로 쟀다. 이를 나름의 연산법으로 이미지로 바꾼 뒤 평평한 판에 새겨 인쇄했다. 어떤 죄악의 에너지 소모량이 가장 큰가, 도덕 영역의 행위를 수치화할 수 있나. 그렇게 정색하고 접근한 작품이 아니다. 작가는 “사실 터무니 없는 시도다. 우스꽝스러운 유머로 읽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작가는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하는 재미동포 2세다. 정체성은 그의 평생 고민이었을 터. 그래서 정체성이 유동하는 곳을 찾아 다닌다. 이번 전시엔 독도와 비무장지대(DMZ)가 등장한다. 라틴어 ‘리미널(Liminalㆍ한계)’과 ‘루미누스(Luminusㆍ빛)’를 합성한 ‘리미누스(Liminus)’라는 제목의 작품은 독도 지표면 탁본 연작이다. 지난 여름 독도를 방문한 작가는 캔버스를 땅에 펼쳐 고정시키고 합성수지인 레진으로 본을 떴다. 레진이 마르는 동안 나뭇잎과 가지, 새의 깃털, 벌레 같은 ‘날것의 독도’가 붙었다. 작가는 캔버스를 미국 뉴욕의 스튜디오로 옮겨 질산은 덧칠을 비롯한 후작업을 하고 다시 한국으로 갖고 왔다. 독도가 2만5,000㎞의 여정을 거친 셈이다.

독도에서 연작 'Liminus'을 제작 중인 마이클 주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어떤 것이 만들어지는 방식이 그것의 본질이라고 아일랜드 화가 션 스컬리가 말했던가. 리미누스 연작이 그렇다. 작가가 독도 방문한 과정은 험난했다. 경북 포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가 6번이나 취소됐고, 가까스로 도착한 독도엔 폭풍이 닥쳤다. 오히려 천운이었다. 작가는 24시간 체류 허가를 받았지만, 레진이 마르려면 72시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독도의 유일한 거주자인 김성도 선장 집 부엌에서 쪽잠을 자며 나흘을 버텼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라는 정치적 맥락이 아니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외로운 섬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에 주목했다.”

작가는 왜 예술에 과학을 끌어들이는 것일까. 본인이 생물학도였고, 부모님 모두 과학자였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대학, 예일대학(석사) 출신인 작가는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서도호 작가와 함께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했다. 국내 개인전은 약 10년만으로, 회화, 조각, 설치 등 신작 30점이 나왔다. 전시는 이달 31일까지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마이클 주 작가의 개인전 'Single Breath Transfer' 설치 전경. 최문선 기자

마이클 주 작가의 'Single Breath Transfer(Marshall)'(2017). 국제갤러리 제공

마이클 주 작가의 'Liminus(West Landing 3)'(2017).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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