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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월호 순직 교사 안장과 현장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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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월호 순직 교사 안장과 현장 행정

입력
2018.01.15 15: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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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현충원을 관장하면서 원장실에서 보고를 받는 업무도 현장행정이라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바로 그 지점보다 나은 현장은 없다. 원장실 업무의 행정만족도가 70%라면 그 지점에서는 90%에 이른다.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의 대표적 사례인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4년 가까이 되지만, 안전의식의 정립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런 가운데 세월호에서 순직한 고창석 선생님이 지난 11월 13일 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안장되었다. 그날 안장식에서 순직한 다른 선생님들이 안장될 경우에 대비해 고 선생님 묘소 오른쪽을 비워 놓겠다고 약속했다. 평소 동일 사건으로 순직한 군인들을 장교ㆍ사병 가릴 것 없이 유족의 이해와 동의를 얻어 같은 묘역에 안장했다. 순직 의미와 주기별 추모행사, 유족 간의 추모의 정 등을 두루 고려해서였다.

그런 가운데 해양수산부 실무관이 어업지도 중에 순직해 한 달 정도 뒤인 12월 10일 순직공무원 묘역에 안장될 일이 있었다. 비록 약속은 했지만, 하염없이 고 선생님 묘소 옆을 비워 놓는다는 것도 문제라고 판단해 예비용 몇 기를 건너 뛰어 안장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그 실무관 안장을 위해 굴토까지 했다. 안장식 당일이 일요일이었는데 합동 안장식을 주관하고, 오후 3시로 예정된 해수부 실무관 안장식 직전에 해수부 차관과 환담했다. 세월호 순직 단원고 선생님들 안장 관련 사항도 화제가 됐다. 안장 신청 중인 다른 선생님들이 여럿이라는 얘기를 들은 것은 해수부 실무관 안장식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을 때였다. 즉시 묘역에서 준비 중인 담당 직원에게 안장 묘소 변경을 지시했다. 막 제단만 설치했기에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다. 만약에 이미 실무관이 안장됐다면 이장을 해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을 텐데 그 정도에 그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된다. 현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늘(16일) 세월호에서 순직한 단원고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최혜정 선생님의 안장이 실시된다. 보통 먼저 임시로 목비를 설치하고 석비로 완전히 단장이 되기까지는 3개월이 걸리는데 이번 단원고 선생님들은 곧바로 석비가 설치된다. 안장과 동시에 석비가 설치되는 것은 우리 현충원 역사상 처음이다. 그 동안 선생님들이 여러 추모공원 등에 산재돼 제대로 예우를 받지 못했는데 이곳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동시에 석비가 설치돼 유족과 조문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위안이 될 것이다.

국립대전현충원 역사상 선생님 신분으로서는 처음 안장된 고 선생님과 이번 아홉 선생님들이 나란히 영면에 들어간다. 이분들을 통해 두 가지 교훈을 얻는다. 첫째로 아직도 안전불감증이 다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선진국 수준의 ‘안전 대한민국’을 만들 사명감이다. 둘째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진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사제지간의 정’을 새롭게 가슴에 새긴다. 선생님들이 영면하시는 묘역에 많은 시민들, 특히 학생들이 방문해 선생님들의 고귀한 정신을 통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배양하길 바란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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