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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68혁명(5.3)

입력
2018.05.03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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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5월 프랑스 파리의 학생들. 68혁명이 시작됐다. marxedproject.org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의 학생들. 68혁명이 시작됐다. marxedproject.org

2017년 5월 대선에서 극우 국민전선의 마리 르펜을 누르고 당선한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노동계 파업과 학생 시위로 궁지에 몰렸다. 전통 양당(사회당, 공화당)이 아닌 중도를 표방한 신생 정당 ‘앙 마르슈!’의 당수로 당선한 그는 노동시장 유연성과 연금예산 감축을 골자로 한 공공부문 개혁과 대학 경쟁력 강화 등 일련의 친기업ㆍ경쟁 주도 정책으로 원성을 사왔다. 최대 항공사인 에어프랑스에 이어 철도노조(SNCF) 등 교통부문과 에너지부문, 국영방송 노조 등이 산발적인 파업을 단행했거나 예고했다. 일부 국립대 등 대학들도 대입 방식 경쟁 강화와 대학 학생 선발권 확대에 반발해 수업 거부와 농성을 시작했다.

마크롱의 공공 개혁을 대처의 탄광산업 구조조정에 비교하는 이들, 노동자ㆍ학생들의 시위를 50년 전인 1968년 오늘(5월 3일) 시작된 68혁명(혹은 프랑스 5월혁명)과 포개어 보는 이들도 있다. 물론 마크롱의 처지는 1980년대 대처의 입장이나 1968년 드골의 상황보다는 한결 유리하다. 68세대에는 절대 악이라 할 만한 ‘베트남전쟁’에 대한 국제적 반전 여론과 반문화의 순풍이 있었고, 대처는 시대적 패러다임을 선구적으로 뒤엎었지만 마크롱의 개혁은 극우정당의 약진으로 능히 알 수 있듯이 정치ㆍ문화적 보수 기류에 편승한 면이 강하다.

68년 3월 22일 소르본의 분교인 파리 서부 낭트대(10대학) 학생 8명이 ‘베트남위원회’ 회원 연행과 대학 시설 과밀화, 행정 당국의 권위주의에 항의하기 위해 학장실과 본부 건물 등을 점거했다. 대학 측은 경찰을 투입하고 학교를 폐쇄, 주동자 징계에 나섰다. 5월 3일은 저 8명이 소르본 징계위원회에 소환된 날이었다. 그들은 징계위 대신 학내 시위의 선두에 서서 경찰과 대치했다. 소르본은 700년 역사상 나치 점령기 이후 두 번째로 대학을 폐쇄했다. 시위대는 파리 시내로 진출했고, 진압 경찰에 맞아 부상자가 속출했다. 고교생들이 가세하며 사태가 확산됐고, 드골 체제의 노동 탄압에 숨죽였던 노동자들이 총파업으로 동조했다. 68혁명은 권위 실추를 우려한 프랑스 공산당 등 구좌파의 방해와 드골의 조기 총선 및 최저임금 인상 등 약속으로 탄력을 잃어 6월 23일 진정됐지만, 그 열기는 반전과 탈권위, 여성ㆍ인권운동의 기류로 확산되며 거의 지구를 뒤흔들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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