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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너무나 탐나는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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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너무나 탐나는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입력
2017.07.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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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할 쉐보레 볼트EV 진회색
시승할 쉐보레 볼트EV 진회색

세간의 화제인 전기차를 시승했다. 차종은 쉐보레 볼트 EV, 주어진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단 12시간이다. 조금이라도 더 타보려 약속 시간보다 일찍 차를 넘겨받을 서울역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흰색과 진회색 두 대의 볼트 EV가 눈에 들어왔다. 첫 인상? 덩치 키운 스파크다. 해치백 스타일 곳곳에 쉐보레의 패밀리룩 디자인 요소가 스며 있다.

가방 및 신발 정도는 가뿐히 넣을 수 있는 넓은 수납공간
가방 및 신발 정도는 가뿐히 넣을 수 있는 넓은 수납공간

운전석 문을 열자마자 시원하게 넓은 실내 공간이 날 반긴다. 센터페시아 아래, 운전석과 조수석 다리공간 사이가 넓게 뚫려 있었다. 가방이나 신발 등 다양한 물건들을 놓아둘 공간이라 무척 좋았다. 보통 조수석에 누군가를 태우면 보통 짐은 뒷자리에 놓게 되고, 필요한 물건이라도 하나 꺼내려면 뒤로 손을 뻗어 가방을 잡으려 애를 써야 하니까. 특히 오늘은 동승자가 있는 날이어서 수납 공간이 한층 반가웠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실용적인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USB 포트는 4개나 있는데, 대부분 한 사람이 하나 이상의 모바일 기기를 들고 다니는 세태를 반영했다. 센터콘솔 공간은 좁지만 깊어 수납용량 자체는 넉넉한 편이다.

시원한 쉐보레 볼트 EV의 인테리어. 센터페시아가 운전자가 조작하기 편하도록 튀어나와 있다. 쉐보레 제공
시원한 쉐보레 볼트 EV의 인테리어. 센터페시아가 운전자가 조작하기 편하도록 튀어나와 있다. 쉐보레 제공

운전석 시트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자 볼트 EV 글자와 푸른색 물결 그래픽이 계기판부터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10.2인치 대형 디스플레이까지 한번에 흐르듯 이어진다. 나도 모르게 “우와”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평범하고 소박한 인테리어에서 이런 효과가 나오니 대형 디스플레이의 ‘반전매력’이랄까, 갑자기 미래로 온 듯한 기분이다.

계기판 디스플레이 또한 커다랗고 햇빛이 쨍쨍한 날에도 선명했으며 그래픽은 섬세했다. 센터페시아가 운전석으로 기울어진 채 튀어나와 있어서 조작이 편하다. 손을 뻗지 않아도 잘 닿고 화면 역시 잘 보이기 때문이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423km. 오늘 동선은 서울역에서 강남역을 들러 신촌을 찾은 뒤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편도 50km의 경로다. 주행가능거리가 400km가 넘는데 충분할 거라 안심하고는 에어컨을 가장 세게 틀고, 오늘 촬영에 쓸 액션캠 2개와 스마트폰을 USB 포트에 연결해서 충전을 시작했다.

충전소 현황을 알고 싶어 차를 오래 세워둘 강남역 근처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찾았다. 충전소 위치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돌려보니, 수도권 전체가 한 눈에 나올 때는 굉장히 많은 충전소가 촘촘히 겹쳐져 보였으나 확대해보니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도 상당수는 자동차 브랜드 대리점의 몫이었다. 다른 완성차 브랜드의 대리점을 제외하니 남는 것은 거의 건물 주차장이다.

주차비를 내거나 대형 마트나 쇼핑몰이라면 물건을 사야 한다. 약속 장소인 식당 주차장에 있다면 무료지만, 꼭 충전을 해야 한다면 전기차라는 이유로 굳이 주차비까지 내가며 목적지에서 먼 곳에 주차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 목적지인 강남역 인근에는 충전 가능한 주차장이 아예 없으니까. 여기서 주행가능거리가 400km가 넘는 볼트 EV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 오늘 종일 다녀도 추가로 충전할 필요는 없을 테니, 그냥 식당 주차장에 세우면 끝!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

쉐보레 볼트 EV 기어노브. R-N-P-D가 기억 모양으로 배치되어 다른 자동차의 자동변속기와 순서가 달라 적응이 필요하다.
쉐보레 볼트 EV 기어노브. R-N-P-D가 기억 모양으로 배치되어 다른 자동차의 자동변속기와 순서가 달라 적응이 필요하다.

‘어라? 뭔가 이상하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려고 후진 기어를 넣으려다 멈칫했다. 기어 노브를 보니 왼쪽 위부터 R-N-P-D 순이다. 배치도 일자가 아닌 ‘ㄱ’ 모양이다. N-P-D가 일렬로 있고 제일 위에 있는 N 왼쪽에 R이 있다. 보통 자동 변속기는 기어노브가 위쪽부터 일렬로 ‘P-R-N-D’ 순으로 되어 있다. 후진과 전진을 반복할 때 P가 R과 D 사이에 있어 당황스러웠다. 마치 초보처럼 기어노브를 바꿀 때 마다 실수하고는 했다(버튼만 누르면 P). 물론 매일 볼트 EV만 타고 다닌다면 금새 적응될 일이다.

쉐보레 볼트 EV 주행장면.
쉐보레 볼트 EV 주행장면.

전기차의 특권이랄까,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즉시 최대 토크에 가까운 힘으로 금새 반응한다. 가속 페달을 밟고 차가 움직이게 되는 순간 차가 거의 없다. 토크가 나올 때까지 엔진 회전을 올리는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저속에서도 곧바로 빠르게 속도가 붙는다. 도심 정체구간을 빠져나갈 때는 그야말로 최고다. ‘가다 서다’ 구간에서 답답함을 느낄 새도 없이 언덕길조차 거침없고 시속 100km까지 끊임 없이 가속된다. 속도를 올리려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더 주자 등이 시트에 꽂힌다. 순간 ‘지금 운전하고 있는 차가 스포츠세단이었나’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이때 센터페시아에 ‘스포츠’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스포츠 모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깊이 밟은 효과 외에 별다른 차이는 느낄 수 없었으니까.

볼트 EV는 운전 감각이 기존의 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너무 급격하게 속도가 줄지 않는다. 전에 다른 전기차를 탔을 때는 가속 페달에서 발만 뗐을 뿐인데 마치 브레이크로 제동한 듯 속도가 줄어들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브레이크 등도 안 들어 오는데 뒤따르던 뒤차가 당황하겠다 싶었을 정도. 이에 비해 볼트 EV는 주행 감각 만으로는 전기차라서 이질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기어 레버를 툭 아래로 쳐서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모드에서는 액셀 오프만으로 브레이크 페달 없이도 차를 멈춰 세울 수 있긴 하다.

주행 질감은 매끈하다 못해 미끄러지는 느낌이다. 넘치는 힘에 구름저항이 낮은 타이어를 써서 한층 그렇게 느껴진다. 특히 급가속 시에는 뒤로 무게가 쏠리면서 앞 바퀴 그립이 더욱 떨어져 토크를 다 못 받아낸다. 쉐보레 볼트 EV의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 토크는 36.7kg.m다. 준중형 해치백 크기의 전기차인데, 성능은 과하다. 타이어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서스펜션은 탄탄하다. 예리한 잔진동은 잡아주지만 출렁거리진 않는다. 무겁게 바닥에 깔린 배터리 덕에 무게중심이 낮아진 덕이다. 과속방지턱 같은 큰 요철을 넘을 때는 초기 충격이 큰 편이지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속도를 충분히 줄이면 되니 전반적인 승차감은 만족스러웠다. 매끄러운 주행 질감과 전기차 특유의 조용함까지 더해져 고급 세단같이 느껴질 정도다. 다만 고급차라고 하기엔 실내 내장재와 시트 품질이 다소 아쉽다.

낮에는 괜찮았는데, 밤이 되자 정차할 때 마다 경고음이 울렸다. 닫기를 누르고 설정에서 경고 시스템을 다 꺼도 소용 없는 일이었다.
낮에는 괜찮았는데, 밤이 되자 정차할 때 마다 경고음이 울렸다. 닫기를 누르고 설정에서 경고 시스템을 다 꺼도 소용 없는 일이었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저속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의 안전장치도 고급차 수준으로 들어있다. 안전장치가 많아서인지 계속해서 울려대는 ‘삐삐-’ 경고음은 좀 피곤했다. 안전장치가 일찍 반응하는 데다 오류도 있다. 결국 중간에 다 끄고 탔는데도 촬영 카메라부터 이런저런 전자장비를 물려서인지, 안전장치 작동 오류가 계속되어 신호 대기 정차 시 경고음이 계속 울렸다.

시동을 끌 때마다 주행 거리와 사용한 에너지 양, 그리고 주행가능 거리 등을 디스플레이에 표시해준다.
시동을 끌 때마다 주행 거리와 사용한 에너지 양, 그리고 주행가능 거리 등을 디스플레이에 표시해준다.

총 주행 거리는 50km 정도인데, 줄어든 주행 가능 거리는 80km 정도다. 시동을 켠 채로 차를 세워둔 시간도 길었고 촬영 장비를 계속 충전한데다 에어컨마저 계속 켰기 때문일 것이다. 주행가능거리가 340km 정도 남았지만, 다음날 다른 기자가 시승할 예정이라 ‘가득 충전을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주차장에는 당연히 충전기가 없고, 회사 근처 서울시청 주차장에 충전기가 있다는 정보를 보고 서울 시청으로 향했다. 저녁 6시에서 다음날 아침 9시까지는 주차비가 무료라는 것도 확인하고 밤새 충전해둘 계획으로 찾아갔으나, 저녁 6시가 넘으면 일반차량은 출입금지라고… 결국 충전은 못했다.

볼트 EV는 한 번 가득 충전하면 400km가 넘는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일상 생활에서 하루에 400km를 탈 일이 얼마나 될까. 매일 집으로 돌아가서 충전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오히려 매일 충전할 필요 없이 일주일에 한두 번만 충전해도 충분할 거다. 서울시내만이 아니라 경기도 수도권까지는 주행가능거리 걱정 없이 충분히 다닐 수 있다.

쉐보레 볼트 EV를 시승하는 내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넘치는 성능, 충분한 주행거리, 편안한 승차감, 적은 유지비. 볼트 EV는 아직까지 전기차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던 편견을 한번에 날려버렸다. 그러나 서울시내 전기차 충전소 상황을 봐서는 볼트EV가 아닌 주행가능거리 200km 이하의 전기차는 이동할 때마다 어디서 충전할 지 고민하며 다니기 힘들 것 같아 아직 권하지는 못하겠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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