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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은의 메시지에 비핵화ㆍ평화 정신이 담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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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은의 메시지에 비핵화ㆍ평화 정신이 담겼기를

입력
2018.02.09 22:0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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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 9일 성화가 타올랐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단일팀을 구성한 남북은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했다.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유엔의 노력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된 북한 대표단도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 나란히 개회식에 참가할 수 있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장면이 연출된 것은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돼야 한다는 지구촌의 염원 덕분일 것이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굳게 닫혔던 남북의 육해공 모든 길이 잠시나마 열렸다. 북한 대표단 가운데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2356호 ‘여행 금지’ 대상이지만, 15개 유엔 안보리 이사국 전체가 예외적 제재 면제를 결정해 내려올 수 있었다. 북한이 최휘를 대표단에 포함시키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의지를 시험한 측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안보리 이사국인 미국 또한 제재 면제에 동참했다는 데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단 가운데 최고 관심은 단연 김여정에 쏠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에 모종의 메시지를 맡겼을 가능성이 높아 벌써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10일 오찬 회동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 속에 미국 CNN은 김 위원장이 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했던 만큼 북한이 공식 제의한다면 남북 관계의 획기적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도 확인했듯, 회담을 위한 회담은 의미가 없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우회하고 한미동맹 균열을 노리는 방편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나 중지 등의 조건까지 내건다면 더더구나 일고의 가치도 없다.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의지가 담겨있지 않다면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의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직면할 뿐이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하더라도 정부는 회담의 여건이나 성과 또한 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남북관계의 훈풍을 북미대화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미국의 대북 자세는 여전히 강경하다.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에 앞서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탈북자들을 면담하고 천안함을 둘러봄으로써 강력한 대북 압박 신호를 보냈다. 여전히 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실은 미국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대화로 나아갈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개막식에서 평창올림픽을 ‘평화가 시작된 동계올림픽’으로 지칭하면서 “여러분 모두가 한반도 평화의 주인공”이라며 평화 올림픽의 의미를 누차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상급 인사 모두가 평창올림픽으로 맞은 대화의 기회를 한반도 비핵화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도 이런 지구촌의 염원에 걸맞게,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신이 담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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