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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아줌마가 콜드브루 대박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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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아줌마가 콜드브루 대박 비결”

입력
2016.07.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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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추출 커피의 유통기간 약점을 기회로

매일 10만병 판매 효자상품으로 우뚝

양산 성공 직전 시제품과 맛 다른 돌발상황

실험실과 공장 수돗물 성분 다른 것이 원인

신상익 한국야쿠르트 수석연구원이 ‘콜드브루’의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신상익 한국야쿠르트 수석연구원이 ‘콜드브루’의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제공

커피는 원두를 뜨거운 물로 끓여 마시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엔 찬 물로 우려낸 커피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른바 ‘콜드브루’ 커피다. ‘차갑다’는 뜻의 ‘콜드’와 ‘끓이다, 우려낸다’는‘브루’가 합쳐진 말이다. 보통 아메리카노는 90도 이상의 고온과 고압상태에서 추출되지만, 콜드브루는 차가운 물로 우려내 열 손상이 적어 쓴 맛이 적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차가운 커피’의 선풍적인 인기를 이끈 것은 한국야쿠르트다. 까다로운 생산 과정 때문에 일부 고급 커피전문점에서만 소량으로 판매됐던 ‘콜드브루’를 대량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콜드브루’를 개발한 신상익(43) 한국야쿠르트 수석연구원은 “오랫동안 어두운 사막에서 헤맨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29일 서울 잠원동 한국야쿠르트 본사에서 만난 신 연구원은 “그 동안 콜드브루처럼 신선한 맛의 커피를 매일 먹었으면 좋겠다는 고객들의 요구가 많았지만 양산까진 쉽지 않았다”며 신제품 구상에 들어갔던 지난해 초 상황을 떠올렸다.

콜드브루는 신선한 맛이 강점이지만 제조 공법 때문에 2주가 지나면 맛이 변하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상대적으로 긴 유통 기간을 필요로 하는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콜드브루의 태생적인 한계는 한국야쿠르트에겐 기회이기도 했다. 높은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우유, 요거트 제품을 유통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 연구원은 “제조상의 문제만 해결되면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는 콜드브루의 대량 생산ㆍ판매가 가능할 것 같았다”며 “우리 회사만 갖고 있는 유통채널인 ‘야쿠르트 방문판매 아줌마’를 활용하면 훌륭한 사업 아이템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짧은 유통기간 문제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원두를 찬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기술만 확보하면 모든 게 해결됐다.

원두의 찬물 추출 기술을 가진 국내 벤처기업과 손잡고 ‘콜드브루’ 제조상의 걸림돌을 해결한 신 연구원의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은 대량 생산 직전에 발생했다. 똑 같은 성분으로 실험실에서 테스트를 한 시제품과 지방 공장에서 양산된 제품의 맛이 달랐던 것이다. 신 연구원은 “원두를 포함해 분명히 동일한 성분으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커피 맛이 달랐으니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명절에도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팀원들과 수 많은 난상토론을 거쳤지만 답을 찾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인은 수돗물의 차이였다. 실험실 수돗물과 지방 공장의 수돗물 성분이 달라 커피 맛도 달라진 것이었다. 커피를 만드는 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열매는 달콤했다. 한국야쿠르트 ‘콜드브루’는 하루 평균 9만~10만병이 팔려나가면서 월 평균 40억~50억원을 벌어들이는 ‘효자 상품’으로 올라섰다.

신 수석은 콜드브루의 후속 신제품과 더불어 또 다른 야심작도 준비 중이다. “맛과 건강까지 고려한 콜드브루 제품이 조만간 출시될 예정입니다. 아직 기획 단계이지만 우리나라 전통차를 활용한 음료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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