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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언어치료사의 쓸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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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언어치료사의 쓸쓸한 죽음

입력
2015.1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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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서 사망 보름 지나서야

방값 받으러 간 관리자가 발견

장애인 복지관서 5년 근무했으나

비정규직 전환되자 그만두고 상경

들쭉날쭉한 수입에 생활고 겪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청각 장애아동을 돕는 언어치료사가 고시원에서 사망한 지 보름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5일 오후 1시30분쯤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황모(30ㆍ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밀린 방값을 받기 위해 방문한 고시원 관리자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이불에 덮인 채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황씨가 관리인과 대화한 점과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숨진 지 보름가량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부에서의 침입 흔적이나 자살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유서는 현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조사결과 황씨는 최근 프리랜서 청각 장애아동 언어치료사로 일했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방의 한 사립대에서 언어교정을 전공한 후 2006년 한국언어치료학회에서 언어치료사 자격증을 땄다. 이후 마산장애인복지관에서 5년간 근무하다 2010년 5월 퇴사했다. 황씨가 복지관을 그만둔 것은 정부가 정규직이었던 언어와 인지행동, 미술행동 치료사를 바우처를 받아 근무하는 비정규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3명이던 언어치료사는 한 명만 정규직으로 남고 황씨를 포함한 2명은 퇴사했다.

당시 함께 근무한 동료들에 따르면 황씨는 성격이 활발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고 한다. 동료 김모(31ㆍ여)씨는 “평소 황씨는 취미생활로 여행을 즐기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 같지 않았고 ‘서울에서 취직하겠다’며 떠났다”고 전했다. 그는 복지관을 그만둔 뒤 서울로 이사해 직장도 구하고 원룸을 얻어 생활했다.

그러나 프리랜서 언어치료사로 일하면서 들쭉날쭉한 수입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고향의 아버지에게서 금전적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지난해 말 휴대폰 요금도 내지 못해 착신이 정지되자 공중전화로 가족과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황씨가)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아 몸이 약했다’는 가족 진술에 비춰 질환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건강보험공단에 황씨의 진료내역 등을 요청해 병력을 확인하는 한편,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윤주영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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