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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 라이브 공연... 대세로 뜬 실황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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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 라이브 공연... 대세로 뜬 실황중계

입력
2017.01.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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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못 간 아쉬움 달래

피아니스트 김정원 콘서트 방송

온라인서만 1만2000명이 감상

*홍보 수단 등 효과 톡톡

불특정 다수 접속해 저변 확대

관객과 쌍방향 소통까지 가능

23일 오후 현장과 동시에 인터넷과 모바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진행된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V살롱 콘서트. 인터넷 화면 캡처
23일 오후 현장과 동시에 인터넷과 모바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진행된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V살롱 콘서트. 인터넷 화면 캡처

쉴새 없이 이어지는 옥타브로 빚어진 음이 웅장함을 안긴다. 2분 30초 동안 숨죽이고 스크리아빈 피아노 연습곡 연주를 듣던 관객들은 “앙코르”와 함께 박수 소리를 쏟아냈다. 여느 공연장의 흔한 장면으로 보이나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치는 곳은 인터넷 채팅창. 지난 23일 오후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함께 만든 ‘V살롱콘서트’의 첫 방송은 공연계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이날 공연은 서울 이태원동 스트라디움에서 열렸다. 현장 관객은 50여명이었지만 온라인으로 실시간 연주를 감상한 이들은 1만2,000여명이었다. 김정원이 예술감독과 진행을 맡은 이 방송은 앞으로 피아니스트 김선욱, 손열음, 임동혁,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공연계에 실황중계 바람이 불고 있다. 거리ㆍ비용 등 문제로 공연장이 멀게 만 느껴졌던 관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주요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공연 주최 측은 보다 쉽게 홍보할 수 있고 관객과 쌍방향 소통까지 할 수 있는 이중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실황중계가 공연계의 대세로 자리잡을 분위기다.

표 구하지 못한 관객들 두 팔 벌려 환영

실황중계 바람은 네이버가 2년 전 스마트폰 앱 ‘V’을 출시하면 급속히 불었다. 안방 TV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보던 중계가 모바일로 옮겨 오면서 관객과 공연 사이의 장벽은 더욱 무너졌다. V앱은 스타들의 개인방송을 생중계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가 지난해 클래식 음악 전문 ‘V Classic’ 채널을 따로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케이스로 채널의 출범을 알렸다. 쇼케이스가 열린 연주홀은 200여석에 불과했지만 좌석 예매를 하지 못한 관객과 해외 팬 8만여명이 온라인을 통해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실황중계는 순식간에 표가 매진된 인기 공연을 다룰 때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송년 공연은 상반기에 표가 매진됐다. 서울시향은 2015년 KBS의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인 MY-K를 이용해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 공연 실황을 중계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네이버를 통해 송년 공연을 실황중계했다. 장보라 서울시향 홍보담당자는 “지방, 해외에 있어 실제 공연에 올 수 없는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창작뮤지컬 ‘레드북’은 지난 12일 공연 실황중계를 한 뒤 객석점유율이 50%에서 80% 이상으로 뛰어오르는 이변을 맛봤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창작뮤지컬 ‘레드북’은 지난 12일 공연 실황중계를 한 뒤 객석점유율이 50%에서 80% 이상으로 뛰어오르는 이변을 맛봤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관객 저변 확대 측면에서도 효과

일찌감치 표가 매진되는 인기 공연 뿐 아니다.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 않아 덜 알려진 창작뮤지컬,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공연도 홍보 수단으로 실황중계를 활용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는 ‘창작산실 우수신작’의 실황중계를 제공하고 있다. 기획안부터 시범공연, 실연심사를 거쳐 선정된 공연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신작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만 1년인데 실제 공연 기간이 한 달도 채 안 되는 현실을 감안했다.

문예위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뮤지컬 ‘레드북’은 지난 12일 공연 전체를 실황중계한 뒤 객석점유율이 50%에서 80%이상으로 급증했고, 실황중계 다음날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뮤지컬 예매 순위 2위로 뛰어 올랐다. 관객들은 “이런 공연이 있는 줄 몰랐다”며 화면이 다 담아내지 못한 생동감과 생생함을 느끼기 위해 실제 공연을 봐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는 전통공연예술 장르 중 최초로 실황중계를 했다. 카메라 7대를 설치해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까지 잡아낸 덕에 지난 4일 실황중계 때 5,642명이 접속해 공연을 관람했다. 이주미 국립극장 홍보담당자는 “마당놀이라고 하면 주로 어르신들이 보는 고루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다”며 “실황중계를 통해 젊은 관객들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마당놀이를 접한 뒤 인식이 변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23일 방송된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V살롱' 채팅창에 청중들이 앙코르를 외치고 있다.
23일 방송된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V살롱' 채팅창에 청중들이 앙코르를 외치고 있다.

클래식 음악계도 실황중계에 적극적이다. 클래식은 일부 마니아만 즐긴다는 통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는 2012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합동 공연을 네이버로 중계하며 클래식 실황중계의 문을 열었다. 이광원 크레디아 매니지먼트팀장은 “클래식 음악 공연이 노출되는 미디어가 거의 없다”며 “포털사이트에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접속하기 때문에 공연이 있다는 사실을 접한 관객들을 공연장까지 발걸음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 시청자의 점유율이 높아 국내 연주자들을 나라 밖으로 알리는데 효과적이다. 국내 클래식 영재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금호아시아나재단 관계자는 “국내 연주자들을 해외에 알리는 목적으로 내달 말부터 V라이브 통한 공연 중계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공연 실황중계는 아티스트들과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기에 연주자들과 대화하는 시간까지 넣은 방송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은 고화질 카메라를 이용한 실시간 생방송과 다시보기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며 “국내에서도 음향시설과 화면까지 차차 정비한다면 공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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