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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세계 지식인 지도’ (2002)

입력
2016.01.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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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양미ㆍ산처럼 대표

산처럼출판사의 첫 책 ‘세계 지식인 지도’는 밀레니엄이 시작하는 2001년 1월부터 시작된 신문 연재를 묶어서 낸 책이다.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 놈 촘스키를 시작으로 1년 동안 매주 세계 지성계의 새로운 동향과 지식인의 활약을 소개하는 기획물이었다. 모두 44회, 50여 국내 필진이 참여했다. 연재를 거듭할수록 관심이 커졌고, 출판사들도 이를 책으로 내자고 신문사에 제안하거나 간혹 적극적인 로비도 있었다고 들었다.

친분이 있던 이 시리즈의 담당 기자가 연재를 시작하면서 출판 제안을 해와 구두로 책 내는 것을 약속하긴 했지만, 그때는 역사 전문 출판사에 근무하던 때라 사실 출간 자체가 확정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리고 몇 달 뒤 나는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했다. ‘세계 지식인 지도’ 연재가 끝난 직후인 2002년 1월에 출판사 등록을 했다. ‘산처럼’은 창립일이 1월 2일이다. 그리고 이 책을 시작으로 ‘산처럼’은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당시 나는 14년 차 인문 편집자였지만 이 책은 내가 작업했던 책 중에서 가장 힘든 책이었다. 주위에서는 첫 책이라 긴장돼서 그럴 것이라고 했으나 다시 생각해봐도 첫 책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세계 지식인 지도’의 원고는 매주 신문 연재되던 것이다 보니 조각 원고들이었다. 50여 저자에게 일일이 출간 허가를 받고, 관련 사진을 모으고 약력, 관련 저작 등을 정리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았다. 메인 기사를 중심으로 용어 풀이가 있는가 하면, 학맥도나 조직 구성도가 있기도 했고, 간략한 인터뷰가 붙어 있기도 했다. 한 꼭지당 등장하는 지식인이 한 명이어서 관련 사진이 인물 컷으로 한 장인 경우도 있지만 학파를 소개하는 경우에는 인물 사진이 서너 개이기도 했고, 인물 사진 없이 기계나 연구소 건물 사진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 식으로 들쭉날쭉이었다.

연재물을 옆에서 지켜보던 같은 신문사의 다른 기자는 이 시리즈가 신문에서 볼 때와는 달리 책으로는 출간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더니…. 나중에 책이 나온 뒤에 인사하러 신문사에 갔더니 그 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악수를 청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후에 ‘세계 전쟁사 사전’이라는 책을 3, 4년 동안 만들며 무슨 늪에 빠진 것같이 편집의 어려움을 다시 경험했지만 말이다.

다행히 첫 책은 출간되자마자 일주일 만에 초판이 소진되었고, 2쇄를 바로 찍으며 신문 연재 못잖은 반응이 있었다. 해가 바뀌는 1월 이즈음에는 늘 첫 원고를 갈무리하며 출판사 등록 때의 그 두렵고 설레던 마음과 첫 책을 준비하던 긴장된 순간이 떠오르며 마음을 다잡게 된다. 또다시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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