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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이 그러하듯...깨달음도 멀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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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이 그러하듯...깨달음도 멀지 않죠

입력
2014.1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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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 스님, 새 산문집 출간

“산다는 건 결국 드러냄과 감춤의 반복, 글쓰기는 은둔자로서 드러냄의 한 방법이죠.”

‘월간 해인’ 편집장 출신 문장가인 원철(54) 스님이 새 산문집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불광출판사)를 냈다. 2011년 서울을 떠나 충북 보은 법주사,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은둔’한 지 3년 만이다. 스님 표현대로 하자면 조계사에서의 수도승(首道僧) 생활 7년을 마치고서다. 올해 5월부터는 해인사 승가대학장을 맡고 있다.

24일 서울에서 기자들을 만난 스님은 글쓰기를 ‘숨 쉴 구멍’이라고 표현했다. “직장인들이 누가 뭘 시키지 않아도 오후 5시만 되면 피곤하듯, 출가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쓰기는 제게 숨 쉴 구멍을 만들어 주는 일이죠.”

스님은 주로 새벽에 글을 쓴다. 예불을 마친 새벽 4시 즈음부터 아침 공양까지 2시간 동안이다. “그때 정신이 가장 맑아요. 안 풀리던 것도 그 시간엔 잘 풀리지요.”

새 책은 그가 일상, 수행, 자연, 여행 등에서 얻은 단상을 불교의 중도(中道) 사상과 엮어 풀어낸 수필집이다.

‘추위 속에서 봄을 알려주는 선지자 꽃’인 매화의 양면성을 노래한 이규보와 김시습의 문장을 빌려오면서 “겨울과 봄 양쪽을 함께 생각하도록 만들어 준 탁월한 균형감각”이라고 스님은 감탄한다. 그러면서 “매화가 피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좌와 우가 함께 살 수 있는 지혜로운 중용의 눈을 뜨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썼다.

드립 커피를 즐기는 취향에도 중용이 깔려있다. “발효차만 마시던 것에서 외연을 확대한 거죠. 수행자들은 늘 치우침 없는 중도를 추구해야 하니까요. 산중에 살다 보면 향이나 온도에 민감해져서 커피 내릴 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다양한 성정이 있지요. 이걸 염두에 두고 누굴 만나면 실망하는 법이 없지 않겠어요?”

책 제목에서 ‘집’이란 원래 있어야 할 자리, 본래 면목을 뜻한다. “어디로 여행을 가든 집으로 돌아갈 때는 멀다고 느끼지 않잖아요. 깨달음의 길도 어디에서 출발해도 결코 멀지 않습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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