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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벼는 식량안보 무기” vs “안전성 규명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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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벼는 식량안보 무기” vs “안전성 규명이 먼저”

입력
2016.10.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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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GM작물 연구 절반이 쌀

2011년부터 총 504억원 투입

2건은 상업화 직전 단계 진입

“中 등 국가 차원에서 진두지휘”

무리한 속도전 우려 목소리

“해마다 쌀 수십만톤 남아도는데…

면역력 강해진 슈퍼해충 악순환

토종 벼 종자 사라질 가능성도”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쌀이 남아돌아 매년 수십만톤의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유전자변형 벼(GM벼) 개발에 적극 매달리는 것을 두고 논란이 만만찮다. 정부는 언제 닥칠지 모를 기후변화 등의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종자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시민단체 등에서는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9일 농촌진흥청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진행중인 GM작물 관련 연구 146건 중 절반에 달하는 71건이 벼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GM벼에 대한 연구가 정부의 GM작물 연구의 핵심인 셈이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GM 작물 개발에 투입된 예산은 총 504억여원에 달한다. GM 작물 개발의 핵심이 GM벼라는 점에서 이 중 상당액이 GM벼 개발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GM벼 연구를 통해 해충, 가뭄, 고온 등 악조건에 강한 유전자를 지닌 벼를 개발한다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특히 71건의 개발 중 2건은 이미 상업화의 직전 단계인 위해성 평가(4단계)와 위해성 심사(5단계)에 진입했다. 9건은 그 전 단계인 고정계통 육성, 즉 같은 형질의 품종이 고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 적어도 기술적으로만 보면, GM벼의 상업화가 목전에 와 있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기후변화로 쌀을 재배할 수 없는 등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니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정황근 농촌진흥청장)는 입장이다. 유전자가 다른 두 개체를 교배하는 전통적 육종(育種) 방식과 달리, GM벼는 작물에 특정 유전자를 집어넣어 특정 환경에 더 잘 견디게 만든 것이어서 과거에 거둘 수 없었던 내성 효과를 지닌 종자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GM벼는 이미 미국 호주 이란 등 13개국에서 22건의 위해성 심사 승인을 받았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는 추세다. 특히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종자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GM벼 강국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GM벼 종자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린다”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국에 기술이 종속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GM벼 기술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미래 대비일 뿐 당장 일반 재배를 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고 해도, 굳이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는지를 두고는 반론이 적지 않다. 해마다 쌀이 수십만톤씩 남아도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안전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속도전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학태 강원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제초제에 쓰이는 글리포세이트 성분도 20여년 전에는 커피에 든 카페인보다 안전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인체 유해물질로 분류된다”라며 “GM작물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규명이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GM벼가 실제 재배되면, 국내 고유의 벼 종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새나 바람 등을 통해 GM벼 종자가 다른 논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다른 종자가 유전적으로 오염된다는 것이다. 또 제초제나 해충 저항성을 가진 GM벼도 시간이 지나면 면역이 생겨 더 강한 슈퍼해충이 생겨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곽금순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대표는 “인위적인 유전자조작이 아니라 자연적 방법으로 우리 풍토에 맞는 종자를 개발해야 한다”며 “그래야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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