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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나이지리아 동성혼금지법(5.30)

입력
2018.05.30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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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국제 인권단체 회원들이 벌인 나이지리아 동성혼 금지법 폐지 촉구 캠페인. petertatchellfoundation.org
2015년 10월 국제 인권단체 회원들이 벌인 나이지리아 동성혼 금지법 폐지 촉구 캠페인. petertatchellfoundation.org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는 인구 및 국내총생산(GDP) 기준 대륙 1위의 위상을 자랑하지만, 고질적인 종교 및 종족 갈등으로 내정 불안을 안고 있다. 북부 빈곤지역은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의 근거지이고, 영국 식민지 전통이 우세한 남부는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권이다. 둘은 전체 인구를 반분하며 테러 등 폭력사태를 빚곤 한다. 하지만 두 세력이 의기투합하는 사안이 있다. 동성애자 차별과 탄압이다.

국제사회의 동성혼 법제화가 잇따르던 2013년 5월 30일, 나이지리아 하원이 동성혼 금지법(Same Sex Marriage Prohibition Act)을 가결했다. 2011년 상원이 법을 통과시킨 지 1년 6개월 만이었다. 동성혼 금지법은 앞서 2006년 제정됐다. 혼인 금지는 물론 동성애를 묵인하거나, 돕거나, 사주할 경우 최대 5년형을 받게 하는 법이었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었다. 새로운 법은 거기에 동성애자 단체에 가입하거나 클럽 같은 곳에 출입하는 것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동성애 행위로 의심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것도 불법화했다. 형량도 늘어 동성애자의 경우 최대 14년, 동성애 인권운동 가담자도 최대 10년 형을 받게 했다. 세속법과 무관하게, 이슬람 율법(샤리아)이 살아있는 북부 일부 주에서는 돌팔매형을 가하기도 한다.

저 법은 동성애자 탄압을 넘어 시민들의 사생활 전반을 감시 억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성 정체성과 무관하게 동성끼리 포옹을 하거나 손만 잡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옛 종주국 영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도 소용이 없었다. 2013년 미국 워싱턴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Pew Research Center’의 나이지리아 시민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8%가 “동성애를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변화의 징후가 없진 않다. 2017년 인권단체인 ‘The Initiative for Equal Rights(TIER’s)가 나이지리아인 2,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9%가 성소수자의 보건ㆍ주택ㆍ교육 차별이 부당하다고 답했다. 다만 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0%는 동성혼 금지법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저 모순이 나이지리아인들이 법의 내용과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까닭이라고 썼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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