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주 기자

등록 : 2017.12.27 15:43
수정 : 2017.12.28 14:07

[문화예술교육이 미래다] "덩치만 큰 문화예술교육 사업 내실 다져야"

<하> 5년이 생활을 바꾼다

등록 : 2017.12.27 15:43
수정 : 2017.12.28 14:07

양현미 문예교육진흥원장

“예술강사 파견 치중 등

사업 균형 찾는데 실패”

양현미 신임 원장은 “대선공약처럼 지방분권이 되려면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전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지난해 10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첫 시행됐을 때, 국내 문화예술계는 벌집 쑤신 듯 시끄러웠다.특히 초대권용 단체구매가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공연시장에 ‘선물비용 5만원 미만’ 규정이 적용되면, 티켓 한 장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블록버스터 공연 제작은 앞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문화예술에 관한 우리 국민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문화예술은 여유 있을 때, 공짜로, 즐긴다는 생각이 반영돼 있다. 국내 상당수 문화예술인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가 문화예술 향유계층을 늘려 선순환되는 문화예술 생태계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민 모두가 문화예술을 창조ㆍ향유할 권리를 담은 ‘문화기본법’(2013)이 제정된 이듬해 정부는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2014~2017)을 마련했다. 내년 초엔 다시 5개년 단위의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18~2022)이 발표된다.

문재인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통’으로 꼽히는 양현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진흥원) 원장에게 문화예술교육의 미래를 물었다. 지난달 13일 부임한 양 원장은 지난 5월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상임정책위원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문화예술 정책 설계를 총괄했다. 상명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2014년부터 2년간 서울시 문화체육정책관을 담당하기도 했다.

26일 서울 상암동 진흥원에서 만난 양 원장은 “문화예술교육은 의미 있는 정책 사업이지만, 여러 문제가 누적된 채로 덩치를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진흥원 예산의 9할을 차지하는 예술강사 사업이 대표적 문제로 꼽힌다. 학교, 복지기관에 예술가들을 교사로 파견하는 제도로 올해 기준 학교 예술강사가 5,237명, 복지기관 예술강사가 494명에 이른다. 학교 강사 전원이 간접고용 형태로 각 지역 운영기관과 근로계약을 맺고 있고 시급(4만3,000원)이 적어 처우 개선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내정 당시부터 ‘정책통’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참모 시절 진흥원을 돌이켜본다면?

“문화관광연구원에서 15년간 일했다. 이창동 장관 시절 문화관광부에 1년간 파견 갔고 이때 인연이 돼서 문화예술교육지원법 법안을 연구하고, 법안 통과되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간여한) 법을 토대로 진흥원이 세워졌으니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세부 방법에서 문제가 누적됐다. 개선할 타이밍이 있었지만 실적이 급해 놓쳤다.”

-2014년 중장기 발전계획이 올해로 끝난다. 그동안 정책에 몇 점을 주고 싶나

“당시 목표가 ‘문화예술교육의 일상화, 지역화, 내실화’였다. 방향은 잘 잡았는데,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 같다. 9할이 학교 교육에 치중돼있다. 사회 교육도 예전보다 늘어났지만 취약계층에 집중돼있다. 유아기, 성인, 생애전환기 등에서 균형을 찾는 게 필요하다. 각 지역마다 역량 차이가 있는데, 예산은 전국단위로 집행되는 한계가 있다. 각 지역별 인구분포도 다르다. 지역 특성을 살려 문화예술교육을 설계하고 집행하려면 전달체계가 달라야 한다.”

-문제점을 고칠 수 있던 시기가 있었다면.

“예술강사 사업이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으로 편성된 게 결정적이었다. 취업 과정에서 일정기간 지원해주는 사업인데, 몇 년 시행해보고 (예술강사가) 그런 일자리가 아니라는 게 판가름 났을 때 재원을 바꿨어야 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일자리 사업 중 가장 성과가 많이 나고 예산 편성도 쉬워 사업도 포기 못하고, 재원도 바꾸지 못했다. 원래 예술교육이 기대했던 사업구조와 재정 성격이 다르니 문제를 풀 길이 어려워졌다.”

“지역센터와 협력위를 구성

5개년 로드맵 함께 만들고

예술강사 처우 개선도 논의”

양현미 신임 원장은 "지금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여러 문제가 산적하지만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실무를 접해보니 외부에서 자문할 때와 무엇이 다른가.

“연말에 몇 백 개 되는 사회문화예술교육 단체 예산 내역 정산하느라, 지역별 정책 설계를 생각할 틈이 없더라. 예술강사 처우문제, 지역센터와 역할 정립 등 진흥원에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기회일 수 있다. 지역센터 역량에 따라 역할과 권한을 주고, 진흥원은 컨설팅이나 정책 설계 같은 업무에 집중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내년 5개년 계획 수립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진흥원과 각 지역센터가 5개년 계획 세부 구상을 함께 만드는 ‘지역협력위원회’를 구성해 협력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문체부, 진흥원, 각 단체 대표들, 지역센터 등이 참여해 예술강사들과 처우개선문제를 논의하는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제도개선 협의체’는 지금 운영 중이다. 내년 4월부터 2019년도 예산안이 논의되는데, 지역분권, 예술강사 문제 해결안을 반영한 예산안을 제시해야 해서 준비할 게 많다.”

-문체부에 바라는 점은?

“파트너십으로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련 예산확보, 부처 간 협력 문제 등 우리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기대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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