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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수 출신도 합격, 스펙 아닌 스토리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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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수 출신도 합격, 스펙 아닌 스토리로 뽑는다

입력
2018.03.29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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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 성적ㆍ공모전 등 필요 없이

간단한 500자 지원서로 끝

5분간 자신 경험 자유롭게 표현

지난해까지 매년 15~29명 채용

올해는 전국 돌며 3일간 진행

2018년 상반기 KT 스타오디션 포스터. KT 제공
2018년 상반기 KT 스타오디션 포스터. KT 제공

대학 시절 아마추어 조정 선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조은별(26)씨는 지난해 KT 공개채용에 합격했다. 조씨의 합격 비결은 높은 어학 점수도, 다양한 공모전 수상 실적도 아닌 ‘스토리’. 5분간 채용담당자 앞에서 조씨는 조정 선수로서 겪은 합숙 훈련과 대회 참가 경험에서 배운 책임감, 팀워크를 조리 있게 설명해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이 5분의 기회를 얻기 위해 조씨가 제출한 개인정보는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가 전부였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KT에 입사한 이형주(26)씨는 직접 푸드트럭을 몰고 전국을 다니며 음료 판매를 해 본 경험이 합격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씨는 ‘왜 생과일 주스는 비쌀까’라는 의문에 답을 찾아내기 위해 푸드트럭 장사에 도전하고 이후 직접 카페를 만들어보기도 한 경험을 직무에 대한 자신감으로 표현했다. 이씨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스펙을 대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가 2013년부터 운영 중인 ‘KT 스타오디션’은 출신 학교나 어학 성적, 공모전, 인턴 경험 같은 정형화된 스펙 대신 지원자의 스토리에 집중하는 채용 전형이다. 스타오디션을 보기 위해서는 오디션에서 보여줄 내용(200자)과 직무 관련 본인 소개(300자)만 써 내면 된다. 일반 채용에서 한 항목당 700자 이상을 써야 하는 것에 비하면 간략한 편이다.

오디션 합격자들은 이후 진행되는 서류전형에선 서류를 내기만 하면 별도 심사 없이 자동 합격한다. 지난해까지 다섯 번의 스타오디션 전형을 통해 매년 적게는 15명(전체 대졸신입 채용 인원 대비 5%)에서 많게는 29명(19.3%)이 최종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스타오디션 지원자들은 5분간 형식에 구애 없이 자신의 경험과 직무에 대한 포부를 자유롭게 표현하면 된다. KT 관계자는 “대단한 업적이나 특별한 스펙이 아닌 사소한 경험이라도 이를 어떻게 직무에 활용할 것인지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신을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라고 소개하는 지원자보다, 자신이 가진 의문을 해결하고 싶어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자문을 받으며 성취감을 느낀 과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지원자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식이다.

지난해 KT스타오디션과 함께 진행된 잡 페어(Job Fair)에서 한 지원자가 직무 및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KT 제공
지난해 KT스타오디션과 함께 진행된 잡 페어(Job Fair)에서 한 지원자가 직무 및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KT 제공

실제로 지난 5년간 KT 스타오디션을 통해 입사한 직원들 중에는 이색 경력을 가진 이들이 많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5세에야 대학에 입학한 지원자의 나이는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도전과 열정의 증거’가 됐다. 시급 2,000원짜리 분식집 배달원 경력도, 여자 축구부에서 활동한 경력도 지원자들의 실무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빛나는 경험’으로 작용했다. KT 관계자는 “직무와 연결된 자신만의 열정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에 합격의 비결이 있다”고 귀띔했다.

지원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오디션에서 KT의 재무분석표를 준비해 당차게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발표한 뒤 합격한 박은지(25)씨는 “대기업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스펙이 아닌 나의 경험과 스토리에 집중해준 덕분에 오디션에서 장점을 잘 표현해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타오디션에 대한 인기는 점점 높아져 올해는 지난해 대비 20% 가량 증가한 3,300명이 오디션에 지원했고, 이 중 430명이 오는 31일 수도권부터 시작되는 오디션 현장에 참가할 예정이다. 오디션은 제주를 포함한 전국을 돌며 3일간 진행된다.

채용 단계에서 특히 ‘열정’을 중시하는 KT도 스타오디션을 통해 뽑힌 직원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입사 후에도 오디션장에서 보여준 능력을 그대로 발산하기 때문이다. 이대산 KT 경영관리부문장은 “실무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스타오디션과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회를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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