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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친구가 만든 커피엔 ‘희망 샷’이 추가로 담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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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친구가 만든 커피엔 ‘희망 샷’이 추가로 담겼죠”

입력
2018.01.05 14:2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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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커피’ 문준석 대표

난민 채용해 사회적 가치 실현

“어둡다는 편견 깨져 이웃 되길

단순 일터보단 직업학교인 셈”

난민들을 바리스타로 고용하는 문준석 대표. 배우한 기자
난민들을 바리스타로 고용하는 문준석 대표. 배우한 기자

“안녕하세요,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3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 좁은 골목에 위치한 카페 ‘내일의 커피’에 들어서자, 흰색 셔츠에 진한 베이지색 앞치마를 두른 여성이 핸드드립 커피 만들기를 멈추고 물었다. 환한 미소로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또박또박 발음하는 브룬디 출신 난민 에스타(33ㆍ가명). 한국에 온 지 2년 정도됐고, 얼마 전부터 이곳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이날 카페에서 본보와 인터뷰한 문준석(34) 대표는 “난민에 대해 ‘무섭거나 위험한 존재일 것 같다’거나 ‘어둡거나 불쌍한 면만 가득할 것 같다’는 편견이 깨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에스타를 바리스타로 모셨다”고 했다. 그저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봐 주길, 그리하여 시나브로 이웃이 되길 바랐다는 얘기다. 또 일자리조차 얻기 힘든 이들의 자립을 꿈꿨다. 오늘의 커피 한 잔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상호에 담았다.

난민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진 건 2009년, 난민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다. “이곳 저곳 함께 놀러 다녔어요. 처음엔 수혜 개념으로 난민을 대하다, 나중엔 정말 친구가 됐어요.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각자 고유한 매력과 재능을 갖고 있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긍정적인 태도에 제가 오히려 에너지를 얻을 때가 많았고요.”

편견이 깨지자 이내 ‘다른 사람들도 선입견 없이 이 친구들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는 2013년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카페라는 공간을 매개로 난민과 한국인이 자연스레 만나고, 그렇게 편견이 사라지길 희망했다. “(난민 바리스타인 줄 모르고) 커피를 드시러 오면 ‘어? 여긴 종업원이 특이하네’ 여기겠죠. 이후엔 ‘커피를 잘 만든다’거나 ‘친절하다’ 등 다양한 생각을 할 거고요. 알고 보니 종업원이 난민 출신이라는 것을 알면 ‘난민이 그리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구나, 이웃으로 살고 있구나’ 하지 않을까요?” 자연스런 만남(?)을 위해 카페 외관에 바리스타가 난민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표시는 삼갔다.

3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내일의커피에서 만난 문준석 대표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내일의커피에서 만난 문준석 대표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채용 조건은 까다롭지 않다. 그저 배움의 열정과 커피에 대한 흥미를 느끼면 그만이다. 간단한 인터뷰를 거쳐 이곳에 채용되면, 인턴(3개월)-주니어(1년)-시니어(1년) 바리스타 기간을 거쳐 최대 2년3개월 근무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 문 대표가 섭외한 한국인 강사와 함께 한국어 공부를 하고, 서비스 교육도 받는다.

문 대표는 “단순한 일터는 아니고, 일종의 직업학교인 셈이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곳에 머물렀던 이들은 모두 8명(현재 인턴 2명 포함). “교육을 마친 친구들은 다른 카페 바리스타로, 레스토랑으로 취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그런 고용 기회를 좀 더 발굴해야겠죠.” 지난달 31일엔 타미(24ㆍ가명)라는 친구가 졸업식을 하고, 다른 카페에 바리스타로 취업했다. 물론 난민 신청 거절로 중간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일도 더러 발생한다.

문 대표는 “(내일의 커피가) 우리사회 난민 직업교육 시스템의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은 바리스타 육성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언젠가는 제빵,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친구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요. 이들을 양지로 이끌어내는 게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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