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존엄 사이
은유 지음ㆍ지금여기에 기획
오월의봄 발행ㆍ240쪽ㆍ1만3,000원
인천 덕적도에서 조기잡이로 먹고 살았다. 납북됐다 풀려난 적 있었다. 돌아와 조사받을 때 “조심 좀 하라”며 몇 대 맞는 걸로 끝났다. 그 무렵 그 곳에선 그런 일이 흔했으니까. 그 기억이 14년을 지나 가물가물할 무렵인 1977년 9월 어느 날 새벽. 배에서 내리자마자 끌려갔다. 이근안이었다. 사고뭉치 친척이 납북 어쩌고 술주정부린 걸 들어버린 게 화근이었다. 매타작, 물고문, 전기고문이 이어졌다. 글도 잘 모르는 김흥수와 부인 오음전은 빨리 풀어준다는 말에 서류마다 열심히 사인했다. 알고 보니 간첩이라는 자백과 증언이었다. 까무러칠 노릇이었다.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이 한통속으로 벌인 짓거리를 보곤 김흥수는 더 이상 자기가 못 배운 걸 한탄하지 않기로 했다. 15년형을 받고 12년을 살았다. “눈물이 한강수가 되고 한숨이 동남풍이 된” 세월이었다. 그새 강산이 네 번 바뀌었는데 아직도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은 ‘도리’ 놀음이다. 참 어찌할 도리가 없는 도리들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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