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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이들 하는 짓 보고 못 배운 거 한탄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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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이들 하는 짓 보고 못 배운 거 한탄 않기로 했다”

입력
2016.11.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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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ㆍ오음전 부부.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지만 지금은 배타고 세계일주가 꿈이다. 오월의봄 제공
김흥수ㆍ오음전 부부.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지만 지금은 배타고 세계일주가 꿈이다. 오월의봄 제공

폭력과 존엄 사이

은유 지음ㆍ지금여기에 기획

오월의봄 발행ㆍ240쪽ㆍ1만3,000원

인천 덕적도에서 조기잡이로 먹고 살았다. 납북됐다 풀려난 적 있었다. 돌아와 조사받을 때 “조심 좀 하라”며 몇 대 맞는 걸로 끝났다. 그 무렵 그 곳에선 그런 일이 흔했으니까. 그 기억이 14년을 지나 가물가물할 무렵인 1977년 9월 어느 날 새벽. 배에서 내리자마자 끌려갔다. 이근안이었다. 사고뭉치 친척이 납북 어쩌고 술주정부린 걸 들어버린 게 화근이었다. 매타작, 물고문, 전기고문이 이어졌다. 글도 잘 모르는 김흥수와 부인 오음전은 빨리 풀어준다는 말에 서류마다 열심히 사인했다. 알고 보니 간첩이라는 자백과 증언이었다. 까무러칠 노릇이었다.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이 한통속으로 벌인 짓거리를 보곤 김흥수는 더 이상 자기가 못 배운 걸 한탄하지 않기로 했다. 15년형을 받고 12년을 살았다. “눈물이 한강수가 되고 한숨이 동남풍이 된” 세월이었다. 그새 강산이 네 번 바뀌었는데 아직도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은 ‘도리’ 놀음이다. 참 어찌할 도리가 없는 도리들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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