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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팽창주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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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팽창주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입력
2015.03.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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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도 목사도 굶주린 듯 더 큰 교회 추구"

"성서에 바탕 둔 원형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

17일 마주 앉은 ‘메가처치를 넘어서’의 저자 신광은(위) 목사와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의 저자 강만원(아래)씨는 대안적 교회상에 대한 생각은 달랐지만 신의 광대함과 교회의 거대함을 혼동하는 현재 모습이 “말기적 상황” “임계점을 넘어선 일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
17일 마주 앉은 ‘메가처치를 넘어서’의 저자 신광은(위) 목사와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의 저자 강만원(아래)씨는 대안적 교회상에 대한 생각은 달랐지만 신의 광대함과 교회의 거대함을 혼동하는 현재 모습이 “말기적 상황” “임계점을 넘어선 일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

한국 개신교회의 성장세는 독보적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개척 50여년 만에 재적 교인 76만명을 기록한 세계 최대 교회가 됐다. 세계 50대 메가처치(Mega-church) 중 24곳이 한국에 있다. 성장에 관한 세계적 모델로 자리매김해 왔건만, 국내에선 환호는커녕 갈수록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된다. 이 괴리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소장신학자인 신광은 목사는 ‘메가처치를 넘어서’(포이에마)에서 메가처치를 “단지 큰 교회가 아니라, 충분한 규모를 이루고도 굶주린 듯 성장을 추구하는 병든 교회”로 정의하고 한국 교회 팽창주의의 원인과 부작용을 분석했다. 국내 1~4세대 메가처치의 실례와 그 욕망의 뿌리를 조목조목 다뤄 이 현상을 고민하려는 이들이 교재로 삼을만하다. 개신교 인터넷 언론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강만원씨는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창해)를 통해 교회가 외형주의와 목사우상화에 사로잡혔다고 일갈한다. 17일 기독교의 역사와 성경의 문체론적 분석을 통해 한국의 메가처치를 비판한 두 저자를 함께 만나 고민과 대안을 들었다.

-메가처치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가.

신광은 목사= “출석신자 2,000명 이상인 곳이 전체교회의 1.7%다. 문제는 98.3%의 비메가처치 중 메가처치를 지향하지 않는 교회가 거의 없다. 잠재적 메가처치들이 부단히 성장하려 닦달하며 정글이 돼간다. 성도들은 자신의 도덕성과 관계없이 급류에 휘말리듯, 내 교회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 속에 자기중심적이 되어간다. 신자들을 서로 빼오고, 사람들은 좋은 설교, 주일학교를 찾아 대교회에 몰린다. 신자는 신자대로, 교회는 교회대로 이기심을 키운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더 이기적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강만원씨= “20군데까지도 다니며 교회를 고른다. 설교가 좋은가, 목사가 이름있나, 음향ㆍ영상이 좋나, 건물이 크고 쾌적한지. 선택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주로 심적자극, 교회의 크기가 선택 기준이 된다. 사람 많은 교회에 가서야 ‘여기가 제일 은혜 있어’그런다.”

-부작용은 무엇인가.

신=“교회가 남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 준 예수의 모습과 점점 멀어진다. 맨 정신으로 신앙을 하며 교회에서 버틸 수 없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런 분들은 한결같이 나갈 교회가 없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한 세대 후 공동화가 나타난다.”

강=“외형을 택하고 본질, 즉 신앙을 버리게 된다. 사랑의 교회가 서초동에 수천억 원짜리 건물을 짓는데, 바로 옆에선 가난에 고통 받던 세 모녀가 동반자살했다. 새 건물 입장예배에서 ‘주님이 다 하셨다’고 한 오정현 목사의 말에 분노가 일었다. 왜곡이다. 예수는 이웃을 외면하고 성전을 지으라고 한 적이 없다.”

-건축에 왜 집착할까.

강= “신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수에 대한 확신 없이, 큰 건물을 눈으로 보고 싶어한다. ‘이렇게 큰 교회는 우연히 지어지지 않으며 이런 은혜를 받은 곳이라면 내게도 축복ㆍ구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 “80년대 이후 교회들이 건물로 신도를 선점했다. 건축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일단 크게 짓고 성도들에게 빈 자리를 채우라고 독려했다. 경쟁적으로 건축에 계속 투자했다. 모든 교회에 대한 모든 교회의 투쟁 상태다.”

-목회자들도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했나.

신=“메가처치 현상을 이끄는 주된 인식이 규모를 신성의 증거로 보는 것이다. ‘3년 만에 3,000명을 모으다니 그 목사님은 대단해’라며 신성을 부여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어마어마한 성장 앞에서도 사람들은 초자연적 신성을 느낀다. 이런 성장은 조용기 목사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메가처치 담임목사에게 교회의 모든 자원이 집중된다. 성장유익이 목사에게 돌아오니 교회는 계속 성장을 추구한다. 그게 싫은 사람은 입다물고 떠나는 수밖에 없다.”

강=“카리스마나 리더십을 발휘할 순 있어도 신앙이 결여된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집중된 권한을 누리며 변질된 신학을 강변하기도 한다. 성추행 혐의 전병욱 목사도 80명 규모 교회를 2만명 규모로 키워내지 않았나.”

-메가처치가 교단과 사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신= “몇 군데만 연합하면 한국 교회, 심지어 사회의 주요의제를 선점할 수 있다. 신학교도 메가처치가 교수를 마음에 안 들어 하면 골치 아파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하고 보수ㆍ우경화에 힘을 보태는 실정이다. 교단도 손을 못 댄다.”

강= “메가처치가 돈줄이니 당연하다. 비신도들은 자꾸 그런 모습을 통해 개신교를 평가한다. 겸손 희생 낮아짐 섬김 등을 찾아보기 힘드니 전체가 비판 받는다.”

-대안은 없을까?

신=“상황인식 자체가 대안이다. 그간 마음대로 건물 짓고, 재정 쓰는 자유의 무한확대 속에 교회가 컸다. 자기의지로 이 무한자유를 제한하겠다는 결단을 해야 공교회성, 공동체성이 회복된다. 그런 뜻을 담은 반(反)메가처치 신학 선언을 제안한다. 꾸준히 교회의 지향을 고민해야 한다.”

강=“철저하게 성서에 바탕을 둔 성서적 원형교회(아르케 처치)로 돌아가야 한다. 교황의 교회, 목사의 교회도 아닌, 목사와 평신도의 계급ㆍ차별이 없는 형제들의 교회에서 계명을 실천하는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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