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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은 사라지고, 박근혜ㆍ대통령만 남아

입력
2016.11.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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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참여한 3차 집회 전후

퇴진ㆍ하야 본격적으로 요구

함께ㆍ손잡다ㆍ굉장하다ㆍ이긴다

참여로 얻은 자부심 견고해져

제5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거리에서 시민들이 참석해 촛불을 들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제5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거리에서 시민들이 참석해 촛불을 들고 있다. 홍인기 기자

눈발이 흩날리는 차가운 날씨였지만 성난 민심은 식지 않았다. 26일 열린 5차 촛불집회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이제까지 집회 중 가장 많은 190만명 이상(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이번에는 그간의 집회가 평화롭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해 법원이 청와대 앞 200m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수만명의 인원이 청와대를 둘러싸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가지는 등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하야와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청와대는 여전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도 이제는 헌법에 기초한 탄핵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다양한 경우의 수를 셈하느라 구체적 일정은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각 당의 대표나 잠재적인 대권 주자 모두 ‘나라’와 ‘국민’을 걱정한다. 자신들의 안위나 정파적 이해가 아니라 오로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고뇌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진지하고 신중한 검토는 필수적이지만, 고뇌의 시간과 최선의 선택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상황의 유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섯 차례 열린 촛불집회의 전반적인 양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직접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바라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어떤 생각과 얘기들을 하고 있었고, 무엇을 바라고 있었는지 지난 한달간의 데이터를 통해 민심의 기저를 파악해보자 했다.

3차 촛불집회, 참여와 관심의 폭증

데이터의 추출은 촛불집회가 있었던 날(D-day)을 중심으로, 하루 전(D-1 day)과 다음 날(D+1 day)의 트위터 데이터에서 추출했다. 다만 5차 촛불집회의 경우 시간 제약으로 인해 집회 다음 날인 27일 오전 9시까지의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에 활용했다.

먼저 전반적인 언급 추이를 살펴보면 1, 2차 촛불집회 시기가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분석이 이루어진 사흘 중 집회 당일에 관련한 언급이 가장 높았고, 건수로는 1만건을 상회하고 있었다. 집회 당일 언급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양상은 4차 및 5차 집회 시기에서도 아울러 나타났다.

다섯 차례의 촛불집회 중 가장 주목을 끄는 기간은 3차 촛불집회 시기였다. 11월 12일 열린 집회에서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참여가 이뤄졌고, 관련 언급 역시 이전 시기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집회 당일보다 그 다음날 언급이 더 많이 이뤄져 11월 13일에 관련 언급건수는 6만 6,000건을 넘어섰다. 직접 참여했거나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어도 집회에 대한 관심과 생각의 표현 및 공유가 매우 적극적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양상은 이후 집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최순실’은 없다

다음은 5차례의 촛불집회에 대한 시기별 연관어를 분석했다. 연관어에 있어서 글자의 크기는 언급량에 비례한다.

1차 촛불집회는 광화문이 아닌 청계광장에서 시작돼 주최측 추산 3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이게 나라냐’라는 푸념 아닌 푸념에서 보이듯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실망, 그리고 진상에 대한 규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차 집회는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개최됐는데, 당일 백남기 농민에 대한 영결식과 함께 진행돼 폭력사태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평화롭게 잘 마무리됐다. 20만명의 인원이 참여했고, 사실 규명보다는 대통령의 ‘퇴진’과 ‘하야’를 본격적으로 요구했다. 이와 함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나 ‘사드’배치, ‘국정교과서’ 문제 등 그간의 국정 전반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나타났다. 3차 촛불집회는 1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참여해 율곡로까지 행진하면서도 이전과 달리 큰 불상사 없이 집회가 종료돼 평화적 집회문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런 분위기는 연관어 상에서도 ‘질서정연’ ‘쓰레기(자발적수거)’ ‘최대’ ‘어우러지다’ 등 참여에 대한 자부심으로 나타났고, 집회의 주제는 무거웠지만 그간의 고단함을 서로가 위로해주는 ‘축제’와 같은 양상을 보여주며 촛불 ‘파도타기’도 이루어졌다.

4차와 5차의 집회 역시 평화로운 가운데 다양한 문화적 행사가 곁들여지는 한마당으로 진행됐다. 4차 집회에서는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의 참여와 함께,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여당 국회의원의 발언으로 인한 LED 촛불이 등장하는가 하면, 한 식품회사 대표의 촛불집회에 대한 비난에 대해 해당 제품의 ‘불매운동’ 제안이 나타나기도 했다. 5차 집회는 ‘광화문’ 광장에 ‘트랙터’를 몰고 오지는 못했지만, ‘상경’한 ‘농민들’의 참여와 함께 그동안 집회 중 최다인 주최측 추산 150만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했다. ‘함께’ ‘손잡다’ ‘평화적’ ‘굉장하다’ ‘이긴다’ 등에서 느낄 수 있듯 참여를 통해 얻게 된 자부심과 의지가 견고해짐을 볼 수 있었다.

사태의 발단은 ‘최순실’이었지만 더 이상 최순실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만이 오롯이 남아있다. 언제까지 촛불은 계속 밝혀져야 할 것인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광장에서의 민주주의를 체험하며 국민들의 자부심은 커지고 있지만, 제도권에서의 대처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 모두는 바라고 있다. 촛불을 켜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여유로운 주말을 말이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 데이터 출처: 트위터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함. 분석에 활용한 트위터 데이터는 2016년 10월 28일 ~ 11월 27일(오전 9시)까지를 대상으로 2,222만개 이상의 계정에서 추출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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