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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급사 위험 높은 부정맥 환자… 원격 모니터링을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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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급사 위험 높은 부정맥 환자… 원격 모니터링을 허용해야

입력
2018.03.19 19: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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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이 이상한 부정맥(不整脈)은 심장병의 신호탄이자 심장엔진 기능이 다했을 때 보내는 마지막 신호다. 가슴통증은 심장병 시작을 알리는 몸의 신호로 흔하다. 조그만 활동에도 숨차거나 순간적으로 반복되는 어지러움, 원인불명의 소화불량, 뇌졸중, 심지어 심장마비가 첫 신호로 나타나기도 한다.

부정맥이 널리 알려지면서 심장이 갑자기 멎을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늘었다. 부모 등 가족이 이로 급사했다면 두려움은 더 커진다. 특히 부친이 현재 자신의 나이 때 돌아가셨다면 두렵고 조심스럽게 된다.

부정맥 위험은 잘 알지만 좋지 않은 검사 결과가 나올까 걱정돼 병원과 등지고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상 없다는 검진 판정을 받고도 미심쩍어 병원을 전전하는 사람도 많다.

효과적인 부정맥 진단법은 없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자기 맥을 수시로 짚어 보는 것이다. 손목이나 좌우 턱과 목이 만나는 지점에서 손가락 2~3개를 직각으로 살며시 대고 박동을 느껴 보는 것이다. 절대 어렵지 않다. 맥이 고르지 않거나 중간에 한번씩 빠지는 맥이 있는지 분당 몇 번 뛰는지 세심히 체크해 본다. 부정맥 증상이 명확하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밀 진단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심전도검사다. 증상이 없어도 심전도검사를 하면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전문의가 매의 눈으로 보면 전반적인 심장리듬 상태, 심장 크기, 심장 내부 상처 유무, 선천성 심장병, 유전성 부정맥 등을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심전도검사만 일반검진에서 빠졌다. 2년에 한번 심전도검사를 한다고 별로 달라지지도 않고 진단 가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간헐적인 부정맥은 증상이 없으면 심전도검사해도 정확히 진단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 발생할지 모를 심장마비를 어느 정도 예측하는데 유용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따라서 심장병 가족력이 있으면 심전도검사를 하고 65세가 넘으면 심전도나 적어도 맥박 검사, 75세 이상이면 심전도검사뿐만 아니라 1~2일의 심장 모니터를 정기적으로 받는 게 효과적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이런 지침을 받아들였다.

심전도검사를 일반검진에 다시 넣어야 한다. 부정맥 중 가장 흔한 심방세동은 증상이 없어도 뇌졸중뿐만 아니라 치매 발생 빈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심방세동 확진과 함께 적절한 치료 및 혈전 예방약은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부정맥 환자를 볼 때 빼놓을 수 없는 진단 기법이 원격 모니터링이다. 심장 내 페이스 메이커나 체내 전기충격기 등을 넣은 환자는 특별관리대상으로 전국 어디서나, 현재는 전 세계 어디로 여행하든지 원격으로 심장 상태를 주치의가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심장 기능이 악화되기 전에 나타나는 신호로 예방 조치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예외다. 원격의료에 해당되기에 사용할 수가 없다. 원격 모니터링 기능이 있는 기기를 수입할 때에는 그 기능을 없애야 들어올 수 있다. 무용지물로 환자에게 삽입되는 것이다.

다른 나라 의사들은 이런 우리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머리를 내젓는다. 원격 모니터링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환자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조치하지 못해 사망한 환자도 개인적으로 경험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부정맥 환자는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앞으로 의료혁명의 가장 기본이 심장 리듬 모니터 기술이다. 미래 의료를 준비하고 세계를 선도하려면 신 의료기술의 도입과 적용의 걸림돌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영훈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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