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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中매각 밀어붙이는 산은… 노조 “차라리 법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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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中매각 밀어붙이는 산은… 노조 “차라리 법정관리”

입력
2018.03.20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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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 노조 면담 소득 못내

노조 “24일 2차 총파업 돌입”

中 더블스타 “고용보장 약속 안 해”

美 진출만 관심 ‘먹튀 우려’ 솔솔

“산은 책임론에 무리한 추진” 도마에

이동걸(오른쪽) KDB산업은행 회장이 19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찾아 금호타이어노동조합 집행부와 면담을 마친 뒤 조삼수 노조 대표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이동걸(오른쪽) KDB산업은행 회장이 19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찾아 금호타이어노동조합 집행부와 면담을 마친 뒤 조삼수 노조 대표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KDB산업은행이 “차라리 법정관리행을 택하겠다”는 노조의 반대를 외면한 채 서둘러 금호타이어를 중국 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하려 해 졸속 처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매각 철회한 중국업체에 당시보다 3,000억원가량 싼값에 넘기려 하면서도 ‘먹튀’에 대한 안전장치조차 갖추지 않았다. 게다가 산은은 금호타이어 매각 시 2,000억원에 달하는 신규자금 지원 및 5년간 채권 연장이란 특혜도 준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9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찾아 노조 집행부와 면담을 했으나, 노조가 “해외 매각에 반대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 별 소득 없이 끝났다. 노조는 20~23일 광주와 곡성 공장에서 8시간 부분파업을, 24일에는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광주지역에선 “금호타이어가 제2의 쌍용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후 스포츠유틸리티차 기반 기술을 확보한 후, 법정관리행을 택한 상하이차처럼 더블스타도 ‘금호’브랜드와 승용차 타이어 기술, 해외 인프라 등만 챙기면, 3년 후에 국내 공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더블스타 측의 금호타이어 인수작업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국내 공장보다는 세계 10위권인 브랜드 파워와 금호타이어 조지아주 공장을 발판 삼아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데에 관심이 높았다”고 말했다. 산은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매각 후 기존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ㆍ노동조합 보장ㆍ단체협약 승계 등을 약속한 것처럼 언론에 얘기해 왔다. 하지만 차이융썬(柴永森) 더블스타 회장은 이날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용보장 등에 합의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라며 이를 부인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더블스타에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산은은 “더블스타 외에는 매수 희망자가 없다”며 “법정관리보다는 회사나 종업원에게 미칠 피해가 적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산은의 구조조정 작업 실패를 서둘러 덮으려 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산은은 2016년부터 9,550억원에 더블스타와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금호 측과 상표권 사용 문제도 매듭짓지 않고 어설프게 서두르다, 결국 지난해 9월 매각이 무산됐다. 이 기간 금호타이어는 브랜드 가치 하락과 해외고객 이탈, 생산시설 방치 등이 이어지며 지난해 영업이익은 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1,569억원) 전환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연구원은 “금호는 고성능타이어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에서 현지 공장을 한국타이어보다 1년 먼저 완공했으나, 산은 관리하에서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며 “뒤늦게 완공한 한국타이어 미국공장이 올해 흑자로 돌아설 전망인 것을 볼 때, 금호타이어 부실 확대에 산은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은은 그간 정권의 눈치만 살피며 원칙 없이 한계 기업 연명만 해 오다, 최근 대우건설 매각 실패, 성동조선 법정관리행 등 구조조정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며 “또 다른 실패를 덮기 위해 졸속으로 금호타이어를 중국업체에 매각했다가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벌어진다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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