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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수의가 전통이라는 인식은 일제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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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베수의가 전통이라는 인식은 일제 잔재”

입력
2016.02.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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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우 교수가 15일 서울 동숭동 상명아트홀에서 비단으로 만든 전통 수의를 소개하고 있다.
최연우 교수가 15일 서울 동숭동 상명아트홀에서 비단으로 만든 전통 수의를 소개하고 있다.

2014년 겨울. 갑작스레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거친 삼베 옷으로 칭칭 묶어서 보내드리기가 싫었다. 그러고 보니 스스로가 평생 실과 천을 만져오지 않았던가. 그간 이래저래 만들어둔 옷감을 집어 들었다. 고운 비단 수의를 입혀 보내드렸다. 황망한 와중에서도 그나마 정성껏, 또 예쁘게 보내드린 것 같아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최연우 단국대 전통의상학과 교수는 15일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안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에 예쁘지도 않은 삼베옷을 입혀 꽁꽁 묶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나 역시 그러했고, 이 참에 우리 전통과 맞지도 않는 삼베옷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을 한데 모은 것이 17일부터 서울 동숭동 상명아트홀에서 열리는 ‘땅으로 시집 가는 날’이다. 비단 소재를 사용한 100여점의 전통 수의들을 선보인다.

최 교수는 일단 조선시대 세종이 편찬한 ‘국조오례의’ 같은 문헌자료에서 시작했다. 의외로 자료는 풍부한 편이었다. 무덤 발굴 과정에서 딸려 나온 실물 옷들도 참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일러스트 작업으로 윤곽을 잡고 구체적으로 패턴을 만들어 일일이 점검했다. 가봉품을 만들어보고 다시 본품을 제작했다. 광장시장, 남대문 시장 등 주요 전통시장의 자수ㆍ염색집 등을 샅샅이 훑으면서 손품, 발품을 팔았다. 최 교수와 석ㆍ박사 인력 15명이 1년 반을 매달렸다.

전통에 충실한 복원을 하되 전체적으로 색의 톤을 약하게 했다. 빨간색을 산호색으로, 녹색이나 청색은 옅게 하는 방식이다. 전통 수의는 색 자체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원래 강렬한 원색을 쓰지만, 요즘 그렇게 해서는 수의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 은은한 톤을 만들어내기 위한 염색 작업에 꽤나 고생했다. 옷에 들어가는 문양 하나 완성하는데 두 달여 공을 들이기도 했다. 또 고인을 꽁꽁 묶는 방식도 없앴다. 보존이 어려웠던 옛 시절 팽창이나 부패 등을 대비하기 위해 묶는 방식을 택했지만,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원래 삼베 수의는 우리 전통이 아니다. 관리에겐 관복을, 선비에겐 유학자들이 입던 옷을, 여성들은 혼례복을 입히는 방식이었다. 그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또 기왕이면 가장 예쁘고 좋은 옷을 입힌 셈이다. 물론 삼베 수의도 있었지만, 그건 가난한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였다. 대신 삼베 옷은 고인의 자식들이 입는 상복이었다. 어른을 여읜 죄인이라는 의미로 거친 삼베옷을 입었다. 그러다 1934년 일제가 의례준칙을 만들면서 사치스럽다는 이유로 비단 수의를 금지했다.

삼베 수의가 일제 때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이유로 민족감정을 들이댈 생각은 없다. 최 교수는 “후대에 만들어진 전통이라 해도 그 전통도 나름의 전통이라 생각한다면 그 생각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거칠고 불편한 삼베 수의만이 오직 수의의 전부라고 여기는 사회적 인식과 풍습만큼은 고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좋은 옷을 입혀드리고 싶은 게 자식들 생각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이번 비단 수의 제작도 복원과 전시 못지 않게 생산에다 방점을 찍었다. 일반 사람들이 엄두도 못 낼 최고급품이 아니라 삼베 수의처럼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공무원, 군인, 교수 등 직업군에 따라 옷을 달리하는 방식도 적용할 생각이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최연우 교수팀이 만든 전통수의들.
최연우 교수팀이 만든 전통수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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