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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걷는 뮤지컬계… 일본·중국서 라이선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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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걷는 뮤지컬계… 일본·중국서 라이선스 공연

입력
2017.12.09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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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수준 높아진 반면

국내 시장은 성장 더뎌 ‘해외로’

제작 단계부터 해외진출을 고려

세계인이 다 아는 소재를 택해

중·일 넘어 미·유럽 진출도 모색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창작뮤지컬 '빨래'는 2012년, 2015년 일본에 라이선스를 수출한 데 이어 올해 중국에서도 성공적인 라이선스 공연을 마쳤다. 씨에이치수박 제공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창작뮤지컬 '빨래'는 2012년, 2015년 일본에 라이선스를 수출한 데 이어 올해 중국에서도 성공적인 라이선스 공연을 마쳤다. 씨에이치수박 제공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나 ‘완벽한 재해석’은 해외의 뮤지컬 작품이 국내에서 공연될 때 자주 붙는 수식어였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뮤지컬 앞에도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2005년 초연 이후 12년째 국내 소극장 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창작뮤지컬 ‘빨래’의 라이선스 공연이 지난 6~7월 중국 베이징에서 성공적으로 열렸다. 600석 규모의 극장에서 중국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고 노래했다. 앞서 ‘빨래’는 2012년과 2015년 일본에서도 라이선스 공연을 했다. 2015년 초연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지난해 9월 일본 라이선스 공연에 이어 올해 9~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공연됐다. ‘빨래’보다 큰 약 790석 규모 공연이었다. 이달 17일까지 상하이에서 재공연을 바로 이어갈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다. 지난해 초연한 ‘마타하리’는 일본에 라이선스를 수출했다. 내년 1월 1,800석 규모의 오사카 우메다 예술극장과 1,400석 규모의 도쿄국제포럼 무대에 오른다.

국내 제작진의 창작뮤지컬 라이선스 수출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배우와 제작진이 현지에 가서 직접 공연하는 순회 공연이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라이선스를 수출하기는 최근 들어 늘어난 현상이다. 한국 뮤지컬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중소극장 위주에서 대극장 뮤지컬까지

뮤지컬 업계에 따르면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창작뮤지컬의 라이선스 수출은 전무했다. 2010년대 들어 일본을 시작으로 중소극장 규모의 뮤지컬들이 수출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대극장 뮤지컬도 해외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1,000석 이상의 대극장 창작뮤지컬 수출은 올해 1월 일본에서 공연된 ‘프랑켄슈타인’이 첫 사례다.

제작사들도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인터파크는 창작뮤지컬 육성과 해외진출을 위해 자회사 ‘뉴컨텐츠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첫 작품인 ‘벤허’는 ‘프랑켄슈타인’을 연출했던 왕용범 연출가의 올해 신작이다. ‘벤허’도 현재 중국과 일본 라이선스 수출을 논의 중이다. 그간 유럽 라이선스 뮤지컬을 주로 선보여 온 EMK뮤지컬컴퍼니는 ‘마타하리’를 시작으로 해외시장을 노리겠다고 공언했다.

창작뮤지컬의 라이선스 수출은 미국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작품 위주였던 국내 대극장 무대에서 창작뮤지컬들이 인정받으면서 일어난 변화다. 동시에 국내 뮤지컬 시장 성장 속도가 더뎌지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생겼다. 이종규 인터파크 상무는 “국내 시장에서 외국 라이선스 작품만 올리기에 한계가 있어 창작뮤지컬들이 늘어났고, 동시에 한국 시장 자체의 수용능력도 한계가 있어 해외시장을 당연히 염두에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제작사 HJ컬쳐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전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을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 '빈센트 반 고흐'의 중국 라이선스 공연 모습. HJ컬쳐 제공
뮤지컬 제작사 HJ컬쳐는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전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을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 '빈센트 반 고흐'의 중국 라이선스 공연 모습. HJ컬쳐 제공

세계인의 공감 포인트를 노린다

최근 제작되는 뮤지컬은 초기 단계부터 해외진출을 고려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소재를 택하는 것이다. 외국어로 번역돼 공연하더라도 이해와 공감이 쉽기 때문이다. ‘빈센트 반 고흐’를 제작한 HJ컬쳐는 이런 이유로 ‘라흐마니노프’ ‘살리에르’ ‘파리넬리’ 등 주로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옮긴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을 배경으로 한 ‘마타하리’에 이어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웃는 남자’를 창작 작품으로 내 놓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승원 HJ컬쳐 대표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려고 했다”며 “중국과 일본 관객들 취향도 차이가 있다. 국내에 국한된 소재보다는 확산 가능성이 있고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관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적 이야기로 인류 보편적인 정서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낸 사례도 있다.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소시민의 일상과 사랑을 다룬 ‘빨래’나 가수가 되고 싶은 불량 소년과 시한부를 선고 받은 소년이 만나 버킷 리스트를 함께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 ‘마이 버킷 리스트’가 대표적이다. 박병성 공연칼럼니스트는 “한국적 색채가 너무 세거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보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나 명작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 해외 바이어들의 우선 고려 대상이 된다”면서도 “‘빨래’와 같이 배경에 관계없이 보편적 정서를 지닌 작품은 해외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규 상무도 “기본 텍스트의 인지도가 높을수록 해외에서 유리할 수 있겠지만 해외와 국내 시장 중 한쪽에서만 더 잘 통하는 작품은 없다”고 주장했다.

뮤지컬 고장까지 수출 가능할까

현재까지 창작뮤지컬 라이선스 수출은 일본과 중국을 위주로 이뤄진다. 일본은 2010년대 들어 한류 스타 붐에 이어 한국 뮤지컬에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은 최근 뮤지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한국 뮤지컬을 찾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공연장이 들어서고 뮤지컬 관객 수요도 늘고 있지만 중국에는 아직 뮤지컬 제작사가 많지 않은 만큼 중국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국내 업계에 퍼지고 있다. 중국은 정치적인 문제로 라이선스 작품에도 각색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서양 작품보다 한국 작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이어 올해 홍콩에서 ‘K-뮤지컬 로드쇼’를 열어 해외에 국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홍콩은 중국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대만 등 인접한 시장까지 겨냥할 수 있다. 뮤지컬 제작사들의 첫 번째 목표는 아시아 진출이지만 뮤지컬 고장인 미국과 유럽으로의 라이선스 수출도 불가능한 꿈인 것만은 아니다. 올해 경기 여주시와 HJ컬쳐가 합작해 만든 ‘1446’은 ‘트라이아웃(시범)-브로드웨이 워크숍-본 공연’이라는 단계를 도입했다. 10월 여주에서 공연을 올린 뒤 내년 중 브로드웨이 현지 제작진과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발전시키고 본 공연을 올려 영어권 시장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것이다. 대구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동명의 푸치니 오페라를 각색해 만든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유럽에 라이선스를 수출한 첫 번째 사례다. 슬로바키아 국립극장인 노바 스체나 극장을 비롯해 체코와 헝가리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추진하기로 협의했다.

국내 제작사가 라이선스 수출을 통해 수익을 크게 거두는 수준은 아직 아니다. 단기 공연이 많고 중소극장 위주이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작품이 판권을 수출할 경우 현지 매출의 10% 정도를 로열티로 받는다. 중국 중극장에서 10일 간 공연을 올릴 경우 수익은 7,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박병성 칼럼니스트는 “금액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부가 수익이 되는 동시에 우리 문화를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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