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경성 기자

등록 : 2017.10.06 15:27
수정 : 2017.10.06 15:28

“주권 지역서 뭘 하든…” 북한, 개성공단 공장 가동설 인정

등록 : 2017.10.06 15:27
수정 : 2017.10.06 15:28

“근로자들 당당… 공장 더 힘차게 돌아갈 것”

“남측 몰래 은밀히 가동” 외신 보도에 ‘발끈’

통일부 “北, 공단 내 南 재산권 침해 말아야”

북미 간 설전으로 한반도 긴장이 한창 고조되던 당시인 8월 11일 경기 파주시 접경 지역에서 본 개성공단 일대 모습. 파주=연합뉴스

북한이 6일, 우리 기업들이 두고 온 개성공단 내 시설과 장비를 자신들이 멋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공단 내 의류 공장들을 남측 몰래 가동 중이라는 외신 보도에 반발하면서다. 이에 통일부는 “개성공단 내 우리 재산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대외선전용 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이날 ‘여론을 오도하기 위한 흉측한 수작질’이라는 개인 필명 논평에서 “우리 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그에 대하여 그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우리 근로자들이 지금 어떻게 당당하게 일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눈이 뜸자리(뜸을 떠 생긴 흉터)가 아니라면 똑똑히 보일 것”이라며 “미국과 그 졸개들이 제재 압살의 도수를 높이려고 악을 써대도 공업지구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발끈했다.

다른 대외선전 매체 ‘메아리’도 이날 같은 주장을 했다. “개성공업지구에 대한 모든 주권은 우리 공화국에 있으며 우리가 거기에서 그 무엇을 하든 누구도 함부로 상관할 일이 아니다”라며 “적대 세력들이 아무리 악을 써도 개성공업지구의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남측 재산인 개성공단 내 공장을 남측과의 상의도 없이 가동하고 있다는 최근 외신 보도 내용을 시인한 것이다. 숨기려던 사용 사실이 이미 드러난 이상 행동의 정당성이라도 강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 의류 공장 19곳을 남측 당국에 통보하지 않고 은밀히 가동해 내수용 의류와 중국 발주한 임가공 물량 등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해당 보도에서 “공장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가림막으로 불빛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등 개성공단 의류 공장 가동 사실 보안에 6개월 넘게 북한 당국이 각별히 신경을 써 왔다”는 다른 소식통의 전언을 옮기기도 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재산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존 입장이 변함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응해 공단 내 남측 기업과 관계 기관의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며 동결된 설비와 물자, 제품들은 개성시 인민위원회가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이 남북 간 합의로 운영되는 곳인 만큼 한쪽이 일방적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재산에 손댄 정황이 드러난 건 처음이 아니다. 8월 미국 방송 미국의소리(VOA)는 미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가 6월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했더니 개성공단 내 한 의류 업체 공장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남측 입주 기업의 승용차ㆍ트럭 등 차량 100여 대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즉각 통일부가 “정확하게 관련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개성공단 차량이나 물건은 우리 소유이기 때문에 무단 사용은 명백한 불법 행위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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