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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까칠하다고요? 대본 들어주는 선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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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까칠하다고요? 대본 들어주는 선배예요"

입력
2018.04.0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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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미스티’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남주는 “고혜란을 당분간 쉽게 떠나 보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퀸엔터테인먼트 제공
JTBC 드라마 ‘미스티’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남주는 “고혜란을 당분간 쉽게 떠나 보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퀸엔터테인먼트 제공

6년이라는 공백기를 한방에 달려버린 배우 김남주(47). JTBC 드라마 ‘미스티’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와의 인터뷰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기에 “더 이상 소원이 없다”고 했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그의 성공은 어쩌면 예정돼 있었다. 카메라 밖 생활도 완벽할까. 선배, 학부모, 아줌마라는 수식어를 붙였을 때 김남주는 어떤 모습일까. 외모로만 추정해보자. '무서운' 선배이자, '잘난 척'하는 아줌마에, '까칠한' 학부모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대본 들어주는 착한’ 선배

‘미스티’의 고혜란(김남주)은 자신을 치고 올라오려는 한지원(진기주)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 눈에는 너의 간절함은 너무 얄팍하고 경박해. 그리고 천박해.” 간절함이 없으면 절대 책임있는 자리에 올라올 수 없다는 독설이었다. 하지만 성장하는 후배를 밀어줄 줄 아는 멋진 선배였다. 그는 한지원에게 앵커자리를 양보하며 “지지도 말고 쫄지도 말라”며 끝까지 당당하고 멋지게 마이크 앞에 서라고 조언한다. 이런 선배가 있을까 싶다. 과연 김남주는 어떤 선배일까.

신예 진기주는 ‘미스티’ 초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남주의 능란한 연기와 비교되면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김남주는 “지옥에 갔다 왔을” 진기주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촬영(일)을 하면서 욕 먹는 게 훨씬 행복한 일”이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어떤 아픔도 이겨내고 가슴에 굳은 살이 배겨야 할 수 있는 게 배우다. 나중에 고혜란 편으로 돌아서면 욕 덜 먹을 것이니 힘을 내라”고 조언했다.

‘미스티’ 1회에서 ‘뉴스라인’ 방송 도중 고혜란이 한지원에게 ‘묻지마 범죄’에 관련한 정책 사항을 되묻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두 사람 사이 형성된, 팽팽한 긴장감이 돋보인다. 하지만 신인인 진기주에게는 부담스러운 장면이었다. 김남주는 “너, 어제 잠 못 잤지?”라며 진기주의 긴장을 풀어줬다. 진기주는 “네, 선배님 앞이 안 보여요”라고 떨려 했다. “그럴 거야. 나도 그랬어” 김남주는 자신이 생방송 MC로 활동했던 기억이 떠올라 진기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김남주는 ‘센 언니’ ‘센 선배’ 이미지와는 달리 후배들을 다독이는 성격이다. 1990년대 초 데뷔 때부터 혹독한 선배들을 많이 봐 와서다. “저는 고혜란 같은 선배가 없어서 후배들에게 조언해주는 선배가 되려고 노력했어요. 저도 신인 때는 눈물 연기를 못했는데, ‘울어! 울어! 그냥 울라니까’ 하는 선배도 있었죠. 대사 NG를 내면 밤새 옆에서 ‘다시 해봐. 다시 해봐’ 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김남주는 선배가 되어 가면서 대사 NG 등으로 소모적인 상황을 만드는 걸 지양했다. ‘쪽대본’이 나오는 상황이면 대사를 완벽하게 외워 카메라 앞에 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그는 “대본을 들어주는 걸 잘한다(웃음). 법정, 의학 드라마 등 전문용어를 사용해야 할 때는 더더욱 안 외워지니까”라고 말했다.

한 번은 어느 드라마에서 ‘대사 폭탄’을 맞은 후배를 위해 “대사 외우지마”라며 안심까지 시켜준 적도 있다. 선배님들 몰래 대본을 들어주곤 쉽게 그 장면을 끝냈다고 한다.

“괜찮아, 괜찮아. 편하게 해” 요새 신인들과 촬영할 일이 많았던 김남주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깍쟁이’일 것 같은 선배에게 이토록 쿨한 매력이 있다니.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주연 자리를 꿰차고, 높은 시청률과 호의적인 반응까지 이끌어내며 세 마리 토끼를 잡은 김남주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이 많다.

“고혜란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을 때는 ‘대중이 알아주는 구나. 48세라고 하면 그만하라고 하는데 알아 주시는구나’하는 마음에 행복했어요. 차곡차곡 쌓아온 탑 같은 나이가 자랑스러워요.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20대 배우들이 부럽지 않아요.”

김남주는 후배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이 먹고 결혼한다고 해서 겁먹지 말고, 아이를 낳고, 열심히 사면서 노력하면 실력을 인정받는 날이 옵니다. 나이는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윤여정 선배님은 (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고신 듯해요. 나문희 선배님은 여우주연상까지 받았잖아요. 제가 그 분들처럼 연기를 할 지 모르지만, 연기가 좋고, 연기하다 죽고 싶은 후배들은 얼마든지 좋은 선배님들이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용기를 냈으면 합니다. 파이팅!”

김남주는 JTBC 드라마 ‘미스티’에서 뉴스 앵커 고혜란을 연기하며 호평 받았다. 더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남주는 JTBC 드라마 ‘미스티’에서 뉴스 앵커 고혜란을 연기하며 호평 받았다. 더퀸엔터테인먼트 제공

‘낮술 모임’ 만드는 아줌마이자 학부모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 김남주도 어쩔 수 없는 ‘요즘 학부모’다. 아이들과 같은 반인 학부모나 동네 엄마들과 휴대폰에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교류한다. 정보력을 키우기 위해 ‘요즘 엄마’들에게는 필수적인 코스다. 김남주는 특히 초등학생인 아들의 반 친구 엄마들과 친하다. 엄마들 모임이 있으면 “앞장서서 나가는 편”이라고도 했다.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정보를 얻기 위한” 엄마의 노력이다.

워낙 친화력 좋기로 소문난 연예인이기도 한 김남주는 ‘낮술 모임’도 만들어 엄마들과의 만남을 적극 활용한다. 처음에는 김남주도 엄마들과의 사이를 어색해했다. 하지만 스스럼 없이 엄마들을 대하고 모임도 주도하는 편이라 ‘큰 언니’ 역할을 하나보다. 최근 ‘미스티’를 촬영하면서 “고혜란 팬이 됐다”는 엄마들이 많아졌다. 평소 만날 때는 꾸미지 않다가 ‘미스티’ 속 고혜란의 모습을 보고는 “너무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다. 고혜란의 멋진 모습은 엄마들에게도 대리만족감을 주기도 했다. “엄마들이 ‘고혜란처럼 하고 오지 않으면 학교나 모임에 나오지 말아라’ 하더라고요. 자기들도 꿈이 생겼다면서 많이 응원해줬어요.”

김남주의 친화력은 ‘미스티’ 촬영장에서도 발휘됐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인천 송도에 머물고 있는 그는 마침 ‘미스티’가 송도에서 촬영하고 있을 때는 “지진희 있어”라며 엄마들과의 대화방에 사진을 보내기도 했단다. 엄마들이 촬영장 구경을 오겠다고 하면 “오라”고 해선 배우들과의 사진 촬영까지 도와주는 ‘아줌마 정신’을 발휘했다.

“지진희씨, 여기 엄마들 왔는데 사진 한 장 찍어줘요.” 김남주가 상대배우 지진희에게 한 말이다. 극중 형사로 나온 배우 안내상도 엄마들의 사진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래도 안내상 선배님은 엄마들이 찾아와 사진 요청을 하니 너무 좋아해주셨어요. 감사하죠.”

김남주는 지난 5개월 동안 ‘미스티’ 촬영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 딸 아이의 키가 훌쩍 커서다. 엄마가 없는 사이 아이들은 불평 한 마디 없이 학교 생활을 했다. 그는 지난달 ‘미스티’를 마치고 쉬는 동안에도 “애들 보느라 정신 없었다”고 했다. 김남주는 아이들에게 ‘미스티’ 초반만 빼곤 보여줬다고 한다. 1~4회는 키스 등 애정 표현이 많아 19세 이상이었던 장면들은 보여주진 않았다. 하지만 딸 아이가 학교에서 “네 엄마 나오는 거 다 봤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미스티’에서 간혹 강태욱(지진희)이나 케빈 리(고준)와의 애정 장면이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건 아빠 김승우였다. 그는 “배우의 연기일 뿐”이라며 아이들에게 차분히 설명해줬다. 김남주는 “하지만 중학생인 딸은 다 알지 않겠나”고 반문하며 “어른들의 키스 장면 등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번은 딸 애가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이 뽀뽀하는 거 다 봤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는 엄마 김남주.

“우리 때만 해도 고등학생이 연애하거나 하면 큰일나는 줄 알았잖아요. 하지만 요새는 어디 그런가요? 그럴수록 아이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빨리 받아들이고, 올바르게 가르쳐 주는 게 좋은 부모 같아요. 저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거든요.”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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