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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잡는 과학] “백골이 된 시신에도 흔적은 남는다”

입력
2017.03.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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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대구 수성경찰서에서 대구경찰청 광역과학수사2팀이 특수시료를 활용해 테이프에 묻은 지문을 채취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15일 오후 대구 수성경찰서에서 대구경찰청 광역과학수사2팀이 특수시료를 활용해 테이프에 묻은 지문을 채취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시신은 말이 없다. 그러나 죽음의 진실을 차가워진 몸으로 말한다. 과학수사요원들은 변사체가 발견될 때마다 현장에 출동해 시신을 살핀다. 이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건 바로 부패 시신이다. 20여 년간 100여 구의 백골을 마주했다는 김영규 대구경찰청 광역과학수사2팀장은 “백골이나 부패한 시신은 실수 하나에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 긴장도가 확 올라간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문 등 신체조직이 대부분 사라진 백골이나 부패 시신은 신원이나 사인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정상적으로 시신이 보존된 경우 지문 분석이나 연골에서 채취한 DNA로 금방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이들은 피부는 물론 연골조차 사라진 상태다. 설령 분석할 살점이 남아있더라도 부패가 장기간 진행된 상태에서는 유전자 감식을 할 수가 없다.

신원 확인을 위해 넙다리뼈(대퇴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유전자 채취를 시도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정밀 감식에 30~40일이 소요될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일단 변사 현장에 도착한 과학수사요원들은 남겨진 뼛조각을 맞추며 두개골이 닳은 정도나 골반의 형태 등으로 나이 및 성별을 추정하는 것으로, 검시의 시작을 알린다.

사인을 밝히기는 더욱 어렵다. 장기간 방치된 시신에서는 부패성 체액이 흥건하고 피부가 검게 변색되면서 상처가 가려져 타살 여부를 놓치기 쉽다. 백골은 흉기에 베이거나 목 졸린 흔적 등 죽음의 정황 자체가 남아있기 힘들다. 이런 경우 과학수사요원들은 뼈에 외상이 갈 정도의 충격이 있었는지, 사라진 부분은 없는지 등을 하나하나 살피며 뼛조각들을 수습한다.

시신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워낙 적다 보니 다양한 과학수사 기법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 시신과 함께 남겨진 유서나 약, 살인도구 등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어 철저한 현장 감식은 기본이다. 예컨대 대구 일가족 변사 사건은 부패 시신의 사인 추정을 위해 주변 탐문과 폐쇄회로(CC)TV 분석, 프로파일링 분석, 수중 인양 등의 기법이 사용됐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부패시신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경찰청 광역과학수사2팀은 매년 5, 6건의 백골과 부패 시신을 수습해 검시를 하고 있다. 김 팀장은 “고독사한 시신을 확인할 때면 부패 냄새가 진동하고 부패성 체액이 바닥을 적셔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며 “산에서 발견된 백골은 대부분 동물들에 의해 옮겨지거나 비에 휩쓸려 산 이곳 저곳에 뼛조각이 흩어져있기도 하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그럼에도 “백골이 된 시신에도 흔적은 남는다”는 게 과학수사요원들의 지론이다. 김 팀장은 “살인 현장에는 아무리 부패한 시신이라 할지라도 뼛조각이라는 증거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대구=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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