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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통폐합 반대” 대학가 개강하자마자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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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통폐합 반대” 대학가 개강하자마자 시끌

입력
2016.03.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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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달 프라임 사업 19곳 선정

구조조정 학교에 2000억 지원

‘사업계획서’ 제출 예정인 대학들

학생 반발 등 내부갈등에 뒤숭숭

2일 오전 서울 성신여대 정문 앞에서 재학생들이 학교본부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2일 오전 서울 성신여대 정문 앞에서 재학생들이 학교본부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2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신여대 본관 앞.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검은색 코트를 입은 학생 110여 명이 잔디밭을 가득 메웠다. 1시간 가량 침묵 시위를 벌인 이들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의사 수렴 없는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 방안을 전면 폐지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개강 첫날부터 이들이 강의실 대신 거리로 나선 이유는 학교에서 추진 중인 대대적인 학사개편 구조조정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지난 달 26일 교내신문 ‘성신퍼블리카’에 교육부의 ‘프라임(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지원을 위해 사회대 16%, 인문사범대 20% 축소 및 인문대와 사범대, 사회대와 법대를 통폐합하겠다는 학사개편안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교내에 부랴부랴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대책위 소속 학생들은 29일 학교본부를 항의 방문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총장면담과 공개간담회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성인(23ㆍ경영학과 4학년)씨는 “사업 접수가 완료되는 3월 말까지 지금의 구조조정안을 백지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군 이래 최대 대학 지원 사업’으로 꼽히는 정부의 프라임사업 지원을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대학들이 진통을 겪고 있다. ‘프라임 사업’ 이란 산업수요에 맞게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정원조정을 하는 대학에 학교 당 최대 300억원, 올해에만 총 2,016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인문ㆍ사회대 정원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4월 중 최종선정대학 19개를 발표하는데 교육부는 100여 개 대학이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업계획서 접수 마감 시한인 3월 말이 다가오면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대학들은 내부 갈등으로 뒤숭숭하다. 프라임 사업 응모를 위해 문과대의 일부 학과를 폐지ㆍ축소하려는 학교 측에 반대해 지난해 12월 단식 농성까지 벌였던 인하대에서는 교육부에 제출할 구조조정안을 공개하라는 총학생회 측과 이를 거부하는 학교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인하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번 주 금요일에 학교 측과 ‘최후 통첩’ 성격의 간담회 갖기로 했다”며 “만약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학생 의견을 수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면 다음 주부터 단체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과 구조조정으로 200명 이상의 정원이동이 예정된 한양대(에리카 캠퍼스)도 불씨가 남아 있다. 지난 달 19일 총학생회가 “소통부재의 구조조정을 거부하겠다”며 규탄시위를 예고하자 학교측이 긴급설명회를 열어 교무처장, 학생처장, 총학생회장 간 합의서를 작성해 부랴부랴 불을 끄기도 했다. 하지만 총학생회 측이 “4일 정식으로 열리는 프라임 사업 설명회를 지켜본 뒤 향후 행동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갈등은 언제든지 점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해 학과 통폐합을 두고 큰 갈등을 치렀던 중앙대는 대학본부와 교수, 대학구성원의 협의체가 만들어져 최소한의 소통장치가 마련됐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중앙대의 한 인문ㆍ사회계열 교수는 “ 학교 측이‘구조조정을 안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프라임 사업이 인문ㆍ사회학을 고사시키는 방책 중 하나인 만큼 학내 이해 관계 당사자들과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해도 2,3년 안에 다 끝내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대학 스스로 판단해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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