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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혈진압, 美 개입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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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혈진압, 美 개입 밝혀질까

입력
2017.01.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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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공개된 ‘체로키 파일’

학살 방조 정황 알렸지만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아

5월 단체들, 관련 문서 존재 확인

계엄군 발포 등 진실 찾기 나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웹사이트 화면 캡쳐
미국 중앙정보국(CIA) 웹사이트 화면 캡쳐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일본 해상자위대가 광주 관련 정보수집 활동을 했다는 미국 정부문건이 나왔다. 자위대가 타국을 상대로 정보 수집을 벌인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광주시는 미국의 탐사전문기자인 팀 샤록(66)이 9일 3,514쪽에 달하는 5ㆍ18 관련 미 정부 기록물을 국제우편으로 시에 기증한 자료 중에서 이런 내용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샤록은 1996년 정보공개법을 통해 5ㆍ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국무부의 비밀 해제 문건인 이른바 ‘체로키(Cherokee) 파일’을 입수해 폭로한 주인공이다. 그는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한국 담당 비밀대책팀과 전두환 신군부 사이에 오간 비밀 전문이 담겨 있는 이 파일을 통해 미국 정부가 신군부의 학살을 방조한 정황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샤록이 체로키 파일과 함께 기증한 미국 정부 문서 중엔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미국 태평양 사령부의 1급 비밀교신 문건(일본 자위대 해군의 광주 관련 상황 정보수집 역할)이 들어있다. 이 문건에는 “일본 해상 자위대는 한국 서남부지역의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그 불행한 땅(한국)의 불안정화가 일본에 미칠 수많은 위험인자들”이라는 내용 등을 포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당시 활동이 적혀있다.

셔록이 기증한 문건에는 80쪽 분량의 신 국방부 문건(1979년 12ㆍ12사건 및 미ㆍ한작전통제권에 관한 국방부 및 국무부 고급 메모)도 포함돼있어 당시 미국의 구체적 역할이 새롭게 드러날 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문건을 기증받는 광주 5ㆍ18민주화운동 기록관은 자료 분석이 마치는 대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일 93만건 1,200만쪽이 넘는 기밀문서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기밀문서는 CIA 역사, 냉전, 베트남, 베를린 터널 프로젝트, 한국 전쟁 및 U-2 정찰기와 같은 수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이날 공개된 문건 중엔 5ㆍ18 관련 문건과 자료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5ㆍ18유혈진압과정에서 미국의 개입 여부를 밝힐 수 있을지 기대된다.

실제 5ㆍ18기념재단이 이날 CIA 웹 사이트의 ‘CIA 전자독서실’에서 ‘kwangju’와 ‘kwangju uprising(광주 봉기)’ 등 두 단어 조합의 검색만으로 5ㆍ18과 관련한 수십 건의 문서를 내려 받았다.

재단 측은 이들 기밀문서 중 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가 이뤄진 이튿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검토위원회(PRC) 회의 자료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샤록이 지난 9일 광주시에 기증한 체로키 파일에 따르면 당시 회의엔 국무부, 국방부, 합참 등과 함께 CIA도 참석했고, 이들 기관은 “한국 측은 질서 회복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터였다. 재단 측은 당시 CIA도 회의와 관련해 자체 보고서를 생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단 측의 기대대로 미국의 책임론을 거론할 수 있는 내용의 기밀 문건들이 발견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이날 공개된 5ㆍ18 관련 문건 중에는 문장들 중간 중간이 빈칸으로 남아 있는 것들이 많아 재단 측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CIA측이 기밀 문건을 선별 공개하거나 일부 내용을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양래 5ㆍ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ㆍ18 연구와 관련해 탐사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CIA문건 분석을 통해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진실들이 하나 둘씩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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