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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국회의사당에서 아이 젖 주기

입력
2017.11.09 11:4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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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트레버 맬러드 국회의장이 8일 의장석에서 아기를 안은 채 국회 본회의를 진행해 화제다. 60대 중반인 맬러드 의장은 여성인 윌로우-진 프라임 의원이 데리고 출석한 생후 3개월 딸 히니를 데리고 회의를 진행했다. 뉴질랜드 국회를 더 현대적이고 가족친화적인 분위기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기가 앞을 보도록 안느라 맬러드 의장의 자세는 다소 엉거주춤했지만 히니는 싫다는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말똥말똥 엄마와 동료 의원들을 쳐다봤다.

▦이날 프라임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히니에게 젖도 먹였다. 국회의원이 의사당에 갓난 아기를 데리고 와서 수유한 것은 뉴질랜드가 처음이 아니다. 이웃 호주에서는 지난 5월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이 처음 본회의장에서 모유를 수유했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하원의원 카롤리나 베스칸사도 생후 5개월 아들을 데려와 의사당에서 젖을 먹였다. 국회 본회의 참석은 어느 나라나 의원과 국회 직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해 호주도 뉴질랜드도 의사당에 아기를 데리고 올 수 있도록 법규를 새로 만들거나 개정했다.

▦아기를 데리고 의회 일 마다하지 않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리치아 론줄리 의원이다. 론줄리는 2010년 생후 6개월 된 딸을 데리고 유럽의회에 출석한 뒤 아이가 한참 클 때까지 본회의는 물론이고 각종 토론회, 보고회에 같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수천 번의 투표에 딸과 함께 했지만 문제 된 적이 없었다며 “공공장소 수유는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당사자나 주변 사람 모두 새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런 나라들에서 남성 의원이 아기를 데리고 와 분유 먹이는 장면을 볼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세계경제포럼이 최근 발표한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44개국 중 118위였다. 지난해보다 2위 하락해 여성의 사회적 차별이 극심한 나라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문별로 ‘보건’이 84위, ‘정치 권한’은 90위, ‘경제 참여ㆍ기회’가 121위, ‘교육 성취’는 105위다. 새 정부는 내각 여성 비율 30% 공약을 지키는 등 성 평등 정책에 의욕적이다. 하지만 이런 조사를 보면 갈 길이 멀어도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든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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