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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엄마의 육아는 끝날 줄 모르고

입력
2017.02.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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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등학생 시절이었으니 엄마는 아직 쉰 살이 되지 않은 무렵이었을 것이다. 볼일이 있어 들렀던 우체국에서 엄마는 먼 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안 가?” 내가 잡아 끌어도 엄마는 직원들이 고요하게 앉아 일을 하고 있는 모습에 눈이 팔려 있었다. “나도 그만두지 말 걸 그랬어.” 엄마는 결혼 전 우체국 직원이었다. 스물여섯 살에 결혼을 하면서 사직서를 냈다. 시부모와 시동생 둘, 남편까지 밥을 해 먹여야 했고 아이는 줄줄이 셋이었다. 그날, 계절은 기억나지 않지만 우체국 문을 나서자 햇살이 참 눈부셨고 엄마는 그래서 더 쓸쓸했는지도 모르겠다. “기어이 버틸 걸. 그랬으면 지금도 우체국 살방살방 다니고 있을 테고, 언젠가는 우체국장도 됐을지 모르잖아.” 여동생은 은행원으로 자랐다. 두 아이를 낳으면서 육아휴직을 4년이나 했다. 동생의 시부모님은 아이가 둘이나 되는데 무엇 하러 복직을 하느냐 말렸지만 엄마는 펄펄 뛰었다. “애 키우다 인생 다 보낼 거냐? 애 키우라고 내가 널 낳은 줄 아냐?” 그러면서 동생네 집엘 가서 아이용품을 싹 쓸어왔다. 다 키워주겠다는 거였다. 복직한 동생이 과장으로 승진하던 날, 엄마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야, 너 그거 알아? 내 딸이 은행 과장이야.” 딴 사람들에겐 그런 말을 했다간 별 것도 아닌 걸로 자랑한다 욕을 먹을 테니 고작 나에게 전화를 걸어 그렇게 기고만장이었다. 엄마는 앞으로도 육아를 끝낼 생각이 없다. “다 늙어서 허무해하지 말고 일해. 니 딸은 내가 다 키워줄 거야.” 엄마는 나에게도 큰소리를 친다. 대선후보들의 육아 정책을 가만 들여다보아도 아직 국가가 개입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니 나도 별 수 없이 엄마에게 기댈 꿍꿍이만 하는 수밖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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