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등록 : 2017.06.24 10:26
수정 : 2017.06.26 07:12

“몰카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의원들과 함께한 ‘수다회’

등록 : 2017.06.24 10:26
수정 : 2017.06.26 07:12

지난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선미의원실, 와글, DSO, 국회시민사회포럼 공동 주최로 열린 '몰카 해방의 날: 몰카없는 세상을 위한 수다회'에서 진선미 의원과 참석자들이 몰카 범죄 규제에 대한 입법 아이디어를 함께 논의하며 소형 몰카 장비들을 살펴보고 있다.

“몰카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하고 민원을 넣는 모든걸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해요. 아무도 저의 피해에 대해 도와주려고 하지 않아요”

“가해자들은 몰카 촬영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 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소송을 당하면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해요” 지난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여성들이 몰래카메라 규제에 대한 의견을 열성적으로 피력했다.

단상에 앉은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이 자리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정치스타트업 와글, 디지털 성폭력 고발단체 디지털성범죄아웃(DSO), 국회시민사회포럼 공동주최로 열린 ‘몰카 해방의 날: 몰카없는 세상을 위한 수다회’. 이 수다회는 몰카 규제 법안 입법에 앞서 시민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진선미, 남인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몰래카메라 판매 금지법은 지난 4월 시민이 직접 입법을 제안하고 1,000명 이상의 시민 지지를 받으면 해당 국회 상임위원회 의원과 법안의 온라인 매칭을 해 주는 시민주도형 입법 플랫폼 ‘국회톡톡’에 DSO가 제안한 법안이다. 이 법안에서 DSO는 ▦몰카 구매에 대한 전문가 제도 마련 ▦몰카 구매자 관리 시스템 도입 ▦전문가 외 몰카 소지 불법화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인식 개선 의무교육 등을 제안했다.

첫 몰카 규제 법안은 뜨거운 반응을 얻어 총 1만 8,000여명이 지지 서명을 했고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남인순, 김영호, 권미혁, 박남춘 의원이 함께 입법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기사보기☞ 스토킹, 리벤지 포르노에 이어… 국회로 간 ‘몰카 판매 금지법’ )

몰카 피해자 98%는 여성…몰카 가볍게 여기는 의식 개선이 중요

참석자들은 몰카 피해자가의 98%가 여성인 상황에서 몰카를 규제하는 것만큼 몰카를 가볍게 여기는 의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은 “야한 동영상은 리벤지 포르노가 많고, 몰카도 빈번하게 일상에서 유통되고 있다”며 “몰카에 대한 건 성인식 부재뿐만 아니라 여성인권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이에 대해 “사회에서 여성들과 동료라는 의식이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예전부터 우리는 차별적인 시장 속에서 성적 대상이 되는 것도 굉장히 만연해 있다. 우리가 지금은 대부분 ‘남녀가 동등하게 발전해야 미래가 있다’는 결론을 공유하지만 그렇게 된 기간도 굉장히 짧다”며 “우리는 양적 성장만 추구했기에, 그 사이에서 놓쳐진 서로의 관계를 공정하고 평등하게 유지하는걸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공유하게 된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며 향후 교육 등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몰카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대학 페이스북 페이지에 몰카 피해사실을 실명으로 공개한 한 여성은 “거주지 지역 경찰에 신고했을 때는 수사가 안 된다고 해서 상처를 받았는데, 대학이름으로 된 페이지에 올리니 대학이 있는 지역 경찰이 연락해 해결해 주겠다는 식으로 나왔다. 시끄러워지니 나선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기존 유출된 몰카 제재는? 남은 고민들도

현재까지 진행중인 몰카 규제 법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제기됐다. 한 시민은 이미 공공시설 화장실 등에 설치돼 있는 몰카는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시민은 개인 인터넷 방송 BJ가 무단으로 자신을 찍어 생방송으로 송출시켜 피해를 입었던 경험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생방송의 경우 자신들이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가해자와 만나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나왔다”며 “몰카가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유출되는 것도 많은데, 현재 발의되는 법안들이 일반 몰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무단으로 사람을 찍어서 생방송으로 내보내 순식간에 피해를 입히는 것에 대한 법의 제재가 없다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몰카(빨간 화살표)가 설치된 손목시계. 손목 시계를 눈 바로 앞에서 봐야 카메라가 설치된 작은 구멍을 확인할 수 있다.

의원들 “몰카 규제 법안은 입법 상위 법안…꼭 발의하겠다”

의원들은 실제 몰카 피해자들의 증언 등 다양한 몰카 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하고 입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성폭력 특별법에는 처벌조항만 있었는데, 그게 아닌 몰카 판매 등에 대한 규제, 구입 자격 엄격 관리 등에 대한 법이 제출됐다가 국회에서 다 심사가 안되고 폐기 됐던 일이 있었다”며 “국민 제안 통해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문제로 제기해줘서 몰카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10대 입법 예정안 중 4위 정도의 상위 순위에 놓여있다. 입법에 꼭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소라넷 폐지와 관련해서 수많은 젊은 여성들의 삶이 파괴될 수 있는 몰카 동영상 유통되는 사이트를 폐쇄하고자 그 당시 8만명 정도의 청원이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이 근본부터 없어지기는 쉽지 않지만 어려운 전쟁 시작해주신 여러분들에게 항상 너무나 감사 드린다”며 “여러분의 수많은 공포나 어려움을 생생하게 서로 나누고 공유한 후 반드시 정책 법안으로 만들어져서 사회가 좋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윤리규범, 개인의 사생활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문제가 아주 중요해지는 상황”이라며 “몰카는 정치인도 상당히 불안해 하는 문제다. 이 문제는 특정 개인 계층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당면한 공동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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