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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비친 세상] “운전 당시엔 덜 취했다”는 택시기사, 대법 “알코올농도 상승기 때 측정도 유효”

입력
2017.06.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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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ㆍ2심 “사고 시점엔 수치 낮았을 것” 무죄

대법 “처벌기준 넘어… 다시 판단하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운전 경력 12년인 택시기사 A(51)씨는 2014년 5월 10일 저녁 고향 선배를 만나 기분 좋게 술을 걸친 뒤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내고 말았다. 좁은 골목길에서 시속 20㎞ 이하로 10m 가량 차를 몰던 중 주차돼있는 차량 뒷범퍼를 들이받았다. 피해 차량의 페인트칠이 조금 벗겨졌지만 육안으로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차주와 협의가 안 돼 결국 경찰이 출동했고 A씨는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이 음주측정을 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7%. A씨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 55분이 지난 뒤였다.

1ㆍ2심은 “(음주운전 처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저녁 8시50분쯤부터 막걸리를 2잔 마시고 9시20분쯤 운전대를 잡았는데, 음주측정 시점은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통상 음주 후 30~90분 사이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기 때문에 실제 측정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보다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는 숙련된 운전자인데, 상당히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해당 사고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봤다. 당시 경찰 보고서에 ‘언행 상태는 혀가 꼬이고, 보행 상태는 약간 비틀거리며, 혈색은 약간 붉음’이라고 기재된 점을 들어 “A씨가 상당히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사고 경위와 정황 등 증거에 의하면 A씨가 상당히 술 취한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발생하기 어려운 사고로 보인다”며 항소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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