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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일자리 창출, 의욕만으로 될까

입력
2017.06.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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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화, 최저임금인상 바람직하나

오히려 고용 줄어드는 패러독스 우려

정부 개입 줄이고 기업이 뛰게 해야

2005년 시티뱅크의 애널리스트가 미국 경제를 플루토노미(Plutonomy)라고 특징 지운 적이 있다. 부유층(Plutocrat)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부유층의 영향력이 매우 큰 경제를 의미한다. 부유층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미국 경제는 부유층의 욕구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고, 이로 인해 10%의 소수가 90%의 부를 소유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두 블록으로 나뉜다고 한다. 플루토노미와 그 나머지로.

1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에서도 플루토노미의 특징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그나마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그 여파로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 것이 최대의 고민이다. 해결 방법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밖에 없다. 일자리가 중요한 이유는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득이 다는 아니다. 일은 노동과 다른 측면이 있다. 돈을 위해 육체와 정신을 사용한다면 노동에 불과하지만, 통상 일을 함으로써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보람과 행복도 느낄 수 있다. 이래야 명색이 일자리가 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일자리 공약이 빠질 리 없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제이(J)노믹스는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끝난다고 했다.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일자리 100일 계획’을 내놨다. 교육과 복지 등 국정 시스템과 재정, 세제 등 각종 정책수단을 일자리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한다. 특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덕분에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2020년까지 3년 사이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도 파장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비정규직이 많은 대기업에 고용부담금을 물린다거나,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비정규직의 95%가 중소기업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갓 출범한 정부의 서슬에 눌려 재계가 숨죽이고 있지만, 불만이 가득할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에 공감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의욕만 앞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수단이 적절하고 효율성이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거나 정규직화하는 작업은 세금이 투입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 무게가 실려 있으나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의욕은 가상하나 명분과 책략이 부실하다.

정규직화 정책이나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와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이익이 충돌하는 측면이 있어, 결국은 고용이 오히려 줄어드는 패러독스로 전락한다.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은 3년간 매년 15.7%씩 올려야 1만원이 된다. 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상승하면 고용은 주당 44시간 일자리 수 기준으로 약 0.14% 감소했다. 선의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정의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일자리 부족과 비정규직 문제는 경제가 일정한 규모로 성장한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 것도 미국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얽힌 실타래를 풀려면 실마리를 잘 찾아야 한다. 또 정책이 정교ㆍ치밀해야 하고 속도 조절도 중요하다. 서두르면 ‘덜컥수’가 나온다. 공공기관에 ‘몽땅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거나, 민간기업에 숙제만 던지고 ‘노사가 협의하라’는 식은 안 된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인프라를 깔아 주고 가능한 기업부터 뛰게 해야 한다. 기업은 돈이 되면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든다. 규제를 걷어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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