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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가입ㆍ러와 친교…국민의 열망 책임질 후보는?

입력
2017.03.3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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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전쟁은 싫다”

경제발전ㆍ국제적 위상 바라

53% 압도적 지지 부치치 유력

제1당 대표 당선 시 독주

코소보와의 갈등 속

EU 가입 약속 지킬까 우려도

유력 대선 주자인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현 총리가 24일 베오그라드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베오그라드=AP 연합뉴스
유력 대선 주자인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현 총리가 24일 베오그라드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베오그라드=AP 연합뉴스

“이곳에 누군가가 온다면 그들은 여기가 코소보가 아니라 세르비아라고 생각할 거에요.”

코소보 북부 지역 거리에서 세르비아 국기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이곳에서는 세르비아 화폐인 디나르가 통용되고, 거리에서 흔히 세르비아어를 들을 수 있다. 2008년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지만,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르비아가 세르비아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코소보 북부 지역에 대해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온 결과다.

지난 1월 코소보 북부 지역은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랐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코소보 북부도시 미트로비차로 가려던 기차 때문이었다. 코소보 공식 언어인 알바니아어를 비롯, 영어, 한국어 등 20개 언어로 ‘코소보는 세르비아’라고 쓴 기차는 코소보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코소보의 반발에 세르비아는 일단 기차를 세웠지만, 양국 간 갈등은 여전한 상황이다.

‘발칸의 화약고’로 불리는 세르비아가 2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세르비아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존재에 가깝지만, 세르비아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국제 관계를 맺을지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르비아의 대선은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나 코소보와의 갈등은 유럽연합(EU) 가입을 원하는 세르비아에 주요한 변수여서, 차기 대통령이 코소보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온건 우파 현 총리 당선 유력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알렉산다르 부치치(47) 현 총리의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ISPOP에서 3월 16~18일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치치는 53%의 득표를 얻어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을 것으로 예측됐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2차 투표를 하지만 결선까지 가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ISPOP의 전략 마케팅 이사는 “이런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무소속의 루카 마크시모비치(25)가 11%로 2위를 달리고 있고, 무소속 샤샤 얀코비치(10.6%) 극우인 세르비아 급진당 보이슬라브 셰셸(8.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10명의 경쟁자가 있음에도 불구, 부치치는 혼자서 과반에 해당하는 득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치치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코소보와의 갈등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세르비아인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겠다는 부치치의 전략이 적중한 측면도 있다. 온건 우파인 세르비아혁신당(SNS)의 대표이기도 한 부치치는 친EU파로 국민이 열망하는 EU가입을 실천하면서도,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원만히 가져갈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정책 연구 기관인 월드폴리시연구소는 “부치치는 유럽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이들,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찬성하는 이들, 민족주의자들에게 두루 지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르비아 국민 대다수는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며, 러시아와도 현재 정도의 친밀함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칸 전문 매체 발칸인사이트는 “EU에 가입함으로써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인 이득을 얻음과 동시에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의 전쟁은 싫고 경제 발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세르비아인들이 많다는 뜻이다.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세르비아인들에게 러시아는 여전히 힘을 가진 국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약 미이행ㆍ민주주의 훼손…우려 목소리도

물론 부치치의 독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치치가 공약을 안 지킬 가능성이 있는 데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는 “5년 전 부치치가 임금인상, 연금동결, 교육 접근성 및 질 개선 등을 약속했었지만 지금 세르비아의 임금은 5년 전보다도 낮고, 연금은 삭감됐으며, 교육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EU가입도 쉽지 않은 일이다. 코소보와의 관계를 지금처럼 가져갈 경우 좌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부치치는 2020년까지는 EU가입이 완료될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EU가 코소보와의 관계 개선을 EU가입의 조건으로 삼고 있다. 코소보의 독립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코소보와의 분쟁은 바라지 않는 ‘이중성’을 보이는 한 EU가입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도전받을 거란 우려도 있다. 블라디미르 글리고로브 비엔나 국제경제연구원 교수는 “그의 당선은 의회 민주주의의 끝을 의미한다”라며 “가장 큰 정당의 리더가 대통령이 된다면 정부는 의회를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그에게 의견을 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야 대통령이 상징적인 존재에 그쳤다지만 제1당의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치치가 이끄는 SNS당은 총선에서 250석 가운데 93석을 가져가며 제1당 자리를 지켰다. 연립내각에 참여한 당까지 합치면 총 131석으로 부치치는 사실상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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