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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시몬 비젠탈(2.19)

입력
2018.02.18 14: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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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사냥꾼' 혹은 '유대 파시스트'라 불린 시몬 비젠탈이 2004년 오늘 영국 훈장을 받았다.
'나치 사냥꾼' 혹은 '유대 파시스트'라 불린 시몬 비젠탈이 2004년 오늘 영국 훈장을 받았다.

시몬 비젠탈(Simon Wiesenthal, 1908~2005)은 2차대전이 끝난 뒤 도피한 나치 전범들을 추적하는 데 생애를 바친,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이다.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그는 이스라엘과 세계 유대인들에게 ‘나치 사냥꾼’이라 불리며 큰 존경을 받았지만, 제어되지 않은 열정과 자기과시욕으로 씁쓰레한 행적도 남겨, 전 오스트리아 수상 브루노 크라이스키(Bruno Kreisky) 같은 이는 그를 ‘유대 파시스트’라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여왕은 2004년 2월 19일 그에게 명예훈장(KBE)을 수여했다.

우크라이나 뷰캐츠(Buczacz,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에서 태어난 그는 체코 프라하 기술대학서 건축학을 전공, 전쟁이 발발하던 즈음 폴란드 르부프(현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건축기사로 일했다. 그는 41년 11월 게토에 수용됐고, 부헨발트를 비롯한 여러 강제수용소를 거쳐 45년 5월 해방을 맞았다. 그 기간 동안 89명의 친지를 잃었다.

그는 전범들의 소재를 추적하고 범죄 기록을 확보해 전범 기소와 재판에 도움을 주었다. 재판이 끝난 뒤 미국이 추가 전범 추적에 열성을 쏟지 않자 그는 임의단체를 결성, 이스라엘 모사드 등의 지원을 받으며 독자적인 작업을 지속했다. 유대인 멸절프로젝트의 실무 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남미 아르헨티나로 도피한 정황, 아이히만과 생김새가 빼닮았다는 동생 사진을 구해 모사드에 전달함으로써 60년 그를 체포해 이듬해 봄에 사형대에 서게 하는 데도 기여했다. 기념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1,100여명의 전범을 추적해 상당수를 심판대에 서게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전범들의 혐의를 부풀리기도 했고, 거꾸로 전 유엔사무총장 쿠르트 발트하임의 경우처럼 나치 군복무 사실을 몰라 그의 결백을 주장했다가 궁지에 몰린 적도 있었다. 크라이스키 내각 각료 중 나치 전범이 포함됐다고 주장해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항해도 유대인 조국을 건설하기 위해서였다는 주장을 담은 ‘희망의 항해 Sails of Hope’같은 책을 쓰기도 했다. 노벨 평화상을 받고자 노골적으로 로비를 벌이기도 했고, 1986년 홀로코스트 생존 작가 엘리 위젤이 그 상을 받자 ‘세계유대의회’가 노벨위원회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비난했다는 설도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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