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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맞춤형 물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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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맞춤형 물 관리

입력
2009.08.0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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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학생 등 일행 20명과 함께 경남 남해의 작은 섬 노도(櫓島)에 빗물이용 시설을 설치해주는 봉사활동, '비활'을 다녀왔다. 노도는 주민 14가구가 사는 아름다운 섬으로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잘 알려져 있다.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첨단소재로 만든 1톤짜리 플라스틱 빗물 저장조를 마을 쉼터 두 곳에 설치하여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공기와 닿지 않게 물을 보관하니 깨끗한 수질을 유지할 수 있고, 저장조를 쓰지 않을 때는 접어서 보관할 수 있다.

섬 지방 빗물관리 지원을

노도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도시와 근교에 사는 주민은 물 부족을 실감하지 못한다. 특히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더욱 이해를 못한다. 그러나 지난 봄에 섬 지방은 엄청난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이번에 노도에 가보니 맑은 물이 계곡을 통하여 바다로 콸콸 흘러가 그대로 버려지고 있었다. 초당 0.1톤으로만 잡아도 하루에 8천 톤의 물이 버려지는 셈이다. 이는 노도 주민 전체가 몇 년 동안 써도 충분할 양이다. 아무리 섬이라도 일년 내내 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족한 시기가 잠시 있을 뿐이다. 여름에 오는 빗물의 일부만 모아두면 일년 내내 사용할 물은 충분하다. 문제는 빗물을 저장하는 장소와 방법이다.

가장 싸고 효과적인 방법은 빗물을 땅속에 침투시켜 지하수로 보관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물을 이용하여 쉽게 사용할 수 있고, 개울도 마르지 않아 자연적으로 물이 넉넉하게 공급된다. 빗물 저장에 첨단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첨단소재를 이용한 이동식 빗물 저장조를 가정이나 동네 주위에 1톤~500톤 규모로 분산해서 설치하고, 수량과 수질을 인터넷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저장조를 산과 들에 고루 설치하면 봄 가뭄은 물론 산불에도 과학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특히 차량 접근이 곤란한 문화재 근처에 몇 개만 놔두면 물 공급은 물론 화재방지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도 같은 기후, 같은 땅에서 우리 선조들은 물 부족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교훈과 아름다운 자연을 남기셨다. 홍익인간 정신은 하천 상류의 사람들이 하류 사람을 위하여 빗물을 모아두어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는 상생의 물 관리를 실천하게 만들었다. 마을 洞자 는 한 동네(洞) 사람들은 모두 같은(同) 물 (水)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자기 가족과 이웃과 후손이 함께 나눠 먹을 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물 절약과 오염 방지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선조들이 남긴 교훈을 바탕으로 더 나은 물 관리 방법을 후손에게 남겨주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물이 부족한 지역과 시기에 따른 맞춤형 물 관리를 하는 것이다. 물 부족 지역에 첨단소재의 빗물 저장조를 여러 개 설치하고, IT를 이용하여 지역주민 모두가 물 재고를 파악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각자 자기 지역에 공짜로 떨어지는 빗물을 최대한 활용하되, 모자란 양만 다른 데서 빌려온다면 물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도 줄일 수 있다. 물을 사서 수송하는데 드는 비용과 에너지도 줄일 수 있다.

첨단기술 활용한 물 부족 해결

올 봄에 가뭄으로 고통을 겪은 남해군에 첨단 맞춤형 빗물관리 사업을 시범적으로 펼칠 것을 정부에 제안한다. 섬 지방에서 최악의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은 우리나라의 물 부족 지역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 지역적 물 부족을 잘 해결한다면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다. 선조들의 지혜와 철학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다목적 물 관리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기후변화 위협에 직면한 다른 나라에도 도움을 주고 훈훈한 정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외교 수단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 빗물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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